당신인생의이야기

마지막으로 [b]

당신 인생의 이야기 Stories of Your Life and Others


한국에서 동시대의 SF를 읽는다는 것은 꽤나 진입장벽이 높은 일이다. 일단 90년대 발표된 작품조차 번역되어 나온 소설은 극히 드물다. 가끔식 번역되어 나오는 소설들은 이미 나온 번역서의 중폭 출판인 부분이 많고 빅3의 네임벨류가 있는 약간은 고전저인 SF위주로 출판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원서를 읽는 취미가 없는 사람에게는 동시대의 SF를 읽는다는 것은 굉장히 경험하기 힘든 독서경험이라고 할 수있다.

이번에 나온 당신인생의이야기는 2002년도에 나온 중단편집의 역서로서 상당히 최근의 SF의 역서이다. 게다가 보증수표인 김상훈씨의 번역. SF팬덤내에서 화제가 되지 않을래야 않을 수 없는 그런 책이다. 물론 출간전부터 팬덤내에서는 기대감이 한것 부풀어 있었다.

읽고난 소감은 많은 찬사들이 과장된 것이 아니었다는 실감이었다. 8편의 중단편 중 [바빌론의 탑]은 HappySF에 이미 실린적이 있어서 신선미는 없었지만 나머지 수록작들은 처음 접하는 것이라서 굉장히 몰입도 높게 볼 수 있었다.

[알제논에 꽃다발을]이나 [인간이상]등이 연상되는 단편이다. 인간의 지능이 발달되었을 때 어떤 변화가 있는지 1인칭 시점에서 서술한다는 점은 [알제논..]과 비슷한 형식이지만 테드창은 지성의 발달에 대한 외삽을 상당히 치밀하게 하고 있다. 단순히 기억력이나 이해력을 떠나 보다 발달된 자신의 지능을 나타내기 위한 언어의 문제, 육신의 컨트롤 등 읽어나가면서 상당히 흥미진진했다. 꽤 진부한 소재일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멋진 사고실험을 해냈다는 느낌이다.

0에 대한 나눗셈은 정의되지 않고 있다. 만약 0에 의한 나누기가 가능하다면 1=2와 같은 증명도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a = b 라고 하자.
양변에 a를 곱하면 	a^2=ab
양변에 a^2 - 2ab를 더하면 	a^2 + a^2 - 2ab = ab + a^2 - 2ab
정리하면 	2(a^2 - ab) = a^2 - ab
양변을 (a2 - ab)로 나누면 	2 = 1
괴델의 "불완정성 원리"로 수학의 공리체계가 무너졌을 때 대부분의 일반이는 변함없는 삶을 살았지만, 수학의 엄밀성을 믿었던 사람들의 패닉상태처럼 만약 0으로 나누지 않았는데 저런 증명이 가능하게 되었을때 일반 사람은 변함없는 삶을 살겠지만 그에대한 의미부여를 하는 사람들에겐 세상이 어떤 식으로 보일까. 무한의신비에 나오는 수학자들의 삶이 생각나는 단편이었다.

표제작이면서 이번 중단편집 중에서 가장 감명깊게 본 소설이었다. 물에 의한 빛의 굴절경로를 설명하는 "변분의 원리"에서 그 변분의 원리적 방법으로 사물을 인식하는 종족과 (사실 일반인을위한파인만의QED강의에서 이에대한 설명을 경로적분으로 설명이 가능하지만) 그 언어체계를 통해 비슷한 방식으로 사물을 인식하게 되었을때 과연 우리는 우리의 생을 어떻게 인식하게 될까. 자신의 삶을 통해 자식의 인생을 유추하는 모습들을 보면서 어쩌면 이미 그런 시각이 우리에게도 은연중에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DJUNA의 나비전쟁도 연상이 된다.

앞 편에서도 언어학적인 고찰이 나오지만 여기서는 언어가 가진 힘을 말하고 있다. 또한 골렘이 등장하거나 전생설과 같은 세계관을 토대로한 스팀펑크적인 배경에 대한 묘사도 꽤 즐겁다. 마지막 결론 부분은 조금은 아쉽긴 하지만 자기증식이라 것과 언어의 힘이라는 상상력의 결합이 돋보였다.

권말에 있는 창작노트에서 테드창이 인용한 깁슨의 말이 딱 들어맞는 것 같다. "미래는 이미 이곳에 와 있다. 단지 균등하게 분배되어 있지 않을 뿐이다."

현대판 욥기일까? 여러가지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특히 크리스트교적인 신앙관을 가진 사람에게는 욥기를 읽었을때와 비슷한 경험을 주는 듯 하다.

외모지상주의를 막아줄 수 있는 칼리라는 인식보조수단을 사용할 수 있다면? 과연 외모에서 오는 차별을 극복할 수 있을까? 사실 읽으면서 칼리라는 것이 정말 실용화되어 모든 사람들에게 의무화했으면 하는 생각을 했다.

권말에 테드창과 김상훈씨의 인터뷰나 그의 창작노트도 작품을 이해하는데 꽤 큰 도움이 되었다. 간만에 SFReaders:SenseOfWonder새 창으로 열기 를 느낄 수 있었다. -- Nyxity 2005-1-21 2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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