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빼앗긴 자들 - ![]() 어슐러 K. 르 귄 지음, 이수현 옮김/황금가지 |
사실 그 명성이 자자한 르귄이건만 그의 작품은 어둠의왼손외엔 읽은것이 없다. (어쩜 어렸을적 단편으로 몇몇 본것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저자가 누군지 모르고 봤었으니.). 어둠의왼손은 성차가 없을 경우에 관한 비교정태분석을 한 사회적인 실험이지만 아름다운 신화이기도 했던 아주 굉장한 작품이어었다. [빼앗긴 자들]도 마찬가지로 무정부주의(사회주의, 공산주의, 무소유주의)자들의 세상과 자본주의 세상에 관한 비교정태 분석을 시도하고 있다.
이런 은유적인 세계를 상정하고 쓰는 소설의 경우 대부분 유치하거나 재미없다. 이런 시도로 아주 진부하게 된 부분은 바로 전체주의에 관한 소설일것이다. 이미 [멋진 신세계], [1984] 등이 나왔고 그 후로도 자주 이런 시도가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 저자가 난 이런 어려운 생각도 해봤어. 내 소설은 아주 철학적인 소설이야..라는 자아도취속에서 아주아주 유치한 소설인 경우가 많다.
실제로 1993년 스포츠 서울 신춘문예 SF부문 심사를 했을때(어떻게 하게되었나 묻지마시길..비공식적인것이었음)..이런 시도의 소설이 무척 많았으며 읽어나가면서 나오는 구역질을 참느라 큰 곤욕을 치뤘었다.
하지만 이 르귄의 소설을 달랐다. 가장 큰 차이점은 그 세계 하나하나를 정말 생생한 살아있는 세계로 만들었다는 점이다. 이는 [어둠의 왼손]에서도 그 행성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무척이나 현실감있었고 인물은 생생했었으며 그 세계의 신화들을 하나하나 창조해서 사이사이 삽입했던 것에도 볼 수 있었던 점이다.
무소유와 소유라는 점, 남녀 차별, 그리고 무소유 무정부주의자들사이에서 삭튼 관료주의와 주인공의 순수성으로 인해 겪게되는 경험과 사랑 등이 정말 감동적이었다. (여담으로 PDC들이 보이는 행태는 대학교때 운동권학생들에게서 자주 볼수있었다. 그들을 매도하는건 아니지만..)
이미 고전의 반열에 들어선 소설이 이제사 번역되어 나오는 한국의 현실이 서글프다. --Nyxity
어둠의왼손의 서사시적 확장판이라고 하면 간단한 요약이 될듯. 내용이 상당히 비슷한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이 첫 느낌이었다. 겐리 아이와 마찬가지로 주인공 쉐벡도 혼자서 전혀 낯선 환경인 우라스에 도착하고, 처음에는 자신의 위치를 찾지 못하고 방황하며, 여러 사람을 만나면서 자신이 있어야 할 장소, 자신이 해야 할 행동이 무엇인지를 찾아낸다. 르 귄의 전형적인 구조인가? (아직 두 편밖에 못 봤으니 결론을 내리긴 이른듯)
빼앗긴 자들은 어둠의 왼손보다 더 매력적이었다. 무언가 실험대상 같은 느낌을 주고 도망다니기 바빴던 어둠의 왼손보다는, 엔서블이란 중요한 개념을 창조해 내고, 이상적인 사회를 만들어 나가며, 그 안에서 계속해서 개혁을 이루어나가는 진보적인 아나레스인들 - 빼앗긴 자들 - 이 더 멋지게 느껴졌다. 자연의 축복을 받지는 못한 세계임에도 사람들 마음 속의 정의와 따뜻함이 느껴지는 세계..
요즘 이슈인 저작권이나 특허권 싸움을 보면서, 무언가를 만들고 돈을 바라기보다는 사람들로부터의 감사와 인정에 만족하는 사회가 될 수는 없을까 하고 생각한 적이 있다. 빼앗긴 자들에서 쉐벡이 자신의 동시성 이론을 헤인과 테라인들에게 선물로 제공하듯, 자신의 노래와 작품을 선물로 제공하는 것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르 귄의 다른 작품도 꼭 봐야겠다. 어스시의 마법사부터 볼까나.-- Philia75 2003-11-3 23: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