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선언

마지막으로 [b]

서울 선언


여러가지 현 서울의 유래가 되는 과정, 그 전의 모습을 사진과 함께 짚어보는 내용은 참으로 흥미로웠다.

을축년 대홍수 부분은 고고심령학자가 연상되어 무척 흥미진진하게 읽었다.

1925년의 이른바 〈을축년 대홍수〉였습니다. 1925년에 네 차례 있었던 홍수 중에서도 특히 7월 중순의 홍수가 가장 규모가 컸습니다. 근대에 홍수를 기록하기 시작한 뒤로 가장 큰 규모의 홍수였던 을축년 대홍수는, 오늘날까지도 한강 하류 지역의 하천을 설계할 때의 기준 홍수량으로 되어 있을 정도로 기상학적, 문화사적으로 넓고 깊은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한강과 한강변에서 일어난 재난이 서울의 역사와 문화에 지울 수 없는 흔적을 남겼다는 점에서, 1925년의 을축년 대홍수는 1950년 6월 28일의 한강 인도교(지금의 한강 대교) 폭파, 1950년 7월 16일 미군 폭격기 55대의 용산 폭격 등과 함께 기억할 만합니다.

p.244

을축년 대홍수로 주민들이 큰 피해를 입자, 당시 이 지역의 부자였던 김주용 선생이 고지대인 지금의 주흥동 자리로 사람들을 이주시키고 집까지 20여 채 지어 주었다고 합니다. 김주용 선생이 다시 흥하게 한 마을이라고 해서 이름을 주흥동이라고 한 게지요. 홍수 피해를 입은 주민들을 위해 땅을 내주고 집까지 지어 준 김주용 선생을 추모하여, 사람들은 옛 마을 자리에 〈고 김주용 선생 기념비〉를 세웠습니다.

p.259

또, 88도로로 다니면서 효사정을 자주 지나치는데 이곳이 본래 한강 신사가 있었던 자리라는 것도 알게 되어 재밌었다.

옛 한강 신사가 있던 언덕 위에는 현재 효사정이라는 이름의 정자가 서 있습니다. 조선 제4대 국왕 세종 때 한성부윤 등을 지낸 노한의 별서, 그러니까 소규모 별장이었던 효사정은 원래 여기가 아닌 다른 곳에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지금은 원래 서 있던 자리를 알 수가 없어서, 편의적으로 한강 신사 터에 세운 것 같습니다.

p.316

신사는 꽤 여기저기 세워졌고, 그 후 변한 모습도 참 역사의 아이러니를 느끼게 해준다.

신사 참배에 저항해서 자진 폐교했던 숭의 여자 대학교가 1953년에 서울에서 다시 개교할 때, 정부로부터 일본이 남긴 경성 신사 터를 학교 부지로 제공받았습니다. 신사 참배로 폐교한 학교가 신사 터에 세워져서 식민지 시대에 대해 정신적인 복수를 완수한다는 것은 흥미로운 케이스입니다.

p.181

서울은 이처럼, 전통적인 모습과 지역이 확장되면서 새로 생긴 역사가 다층적으로 쌓여있는 매력적인 도시라는 생각이 든다.

「백제의 첫 왕성이 온전히 보존되지 못하고 이처럼 파괴되어 있는 것은 물론 안타까운 일입니다. 하지만 관점을 바꾸어 보면, 백제 시대의 왕성, 조선 시대에서 근대에 이르는 시기의 서민 동네, 현대의 고층 아파트, 이 세 개의 시대가 이렇게 한곳에 공존하고 있는 모습은 참으로 놀라운 광경입니다.」

p.48

그러나, 이 책의 가장 중요한 점은 마지막 장인 “역사 왜곡에서 서울을 지켜라” 인 듯 했다. 읽어나가다 보면 저자의 이런 생각에 크게 수긍하게 되고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서울의 근현대의 역사를 지우고, 조선시대 왕조와 사대부 양반의 현대에 만들어진 전통을 확산하려는 모습은 일본의 역사수정주의자와 오버랩이 되면서 우려가 된다.

1930년대 일본인이 청계천 북쪽으로 세력을 확대하려 하자 〈건축왕〉 정세권은 개량 한옥을 대량 보급해서 일본인 세력의 진출을 저지했습니다. 북촌 한옥은 조선 시대 양반들의 집이 아니라, 식민지 시대 중산층 조선인들의 〈마이홈〉이었습니다.

P.211

1930년대에 정세권과 같은 선각자적인 건설업자가 근대 한반도 주민들을 대상으로 조성한 한옥 집단 지구가 북촌입니다. 그런데 현재는 이러한 사실을 지우고, 마치 북촌 한옥들이 조선 시대 양반들의 거주지였던 양 선전하는 경우가 늘고 있습니다.

p.519

1945년 8월 15일 이후의 대한민국 시기에 만들어진 서울의 남산 식물원이나 시민들의 성금만으로 세워진 진주의 형평 운동 기념탑 같은 유산을, 한양 도성을 복원하거나 1592년 진주 전투승전 기념공원을 만들기 위해 철거하는 21세기 한국의 모습을 후에에 무어라 변명할 수 있을까요?

p.536

백 년 전에 망해 버린 조선이라는 나라의 유적을 복원이라는 이름으로 창조하기 위해 민주 공화국의 수도인 서울의 유산을 파괴하는 것을 저는 반대합니다.

p.542

이 있는 모습 그대로 받아들이고 기억하는 방향으로 도시 정책이 바뀌었으면 한다 -- Nyxity 2019-6-3 1:12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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