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프레소를주문하다가

마지막으로 [b]

조선일보 기자클럽중 '[한현우의 글세상]새 창으로 열기'에 올라온 글입니다.(출처:[에스프레소를 주문하다가]새 창으로 열기)

홍대 앞에 있는 테이크아웃 커피집에 들렀다. "에스프레소 더블이요" 하고 말했더니 여직원이 이렇게 받는다. "한 모금 밖에 안되는, 
아주 진한 커피인 것 아시죠?" 

너무 당황스러워서 아무 말도 못하고 약 5초간 멍하게 그 종업원 얼굴만 바라보다가 이렇게 말했다. "커피에 대해서 아주 잘 아시네요." 

돌아나오는 길에 화가 머리 끝까지 뻗쳤다. 그것은 왜 더 적절한 대꾸를 하지 못했을까 하는 후회에서 비롯됐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주 
다양한 대꾸가 가능했던 것 같다. 예를 들어, 

  "그래서 두 모금 주문하잖아요." 음, 세련됐고 위트가 있다. 100점. 
  "오, 그래요? 반드시 한 모금에 마셔야 하나요?" 약간의 보복적 냉소가 있다. 80점. 
  "어, 에스프레소가 커피예요?" 너무 뒤튼 농담이라 알아들을까 우려된다. 60점. 
  "이 집에서 에스프레소 오늘 처음 팔아요?" 공격성이 노골적이다. 40점. 
  (대답없이 지폐를 건네며)"이 종이가 물건 살 때 쓰는 것이고, 적혀있는 숫자가 금액의 크기인 줄은 아시나요?" 상대방이 무시한 것 
이상의 무시가 담겼다. 20점. 
  "당신은 똥인지 된장인지 일단 먹고 보나요?" 한대 치겠다. 빵점. 

아, 그렇지만, 솔직히, 아주 솔직히 말하면, 그놈의 빵점짜리 대꾸를 직격탄으로 날리지 못한 것이 너무나도 후회스럽다. 그냥저냥 절대 
넘어가지 못하는 이 성격, 도대체 어떻게 할 것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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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편집일: 2003-7-8 12:03 am (변경사항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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