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꼴Monologue/20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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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9-04 일은 나의 힘

일은 나의 힘

한 주를 아무 흔적 없이 넘긴다는 두려움에
퇴근시간을 훨씬 넘긴 저녁이지만
갑자기 글이 적고 싶어졌다.

일 년 전, 반 년 전, 아니 불과 서너 달 전
내가 했던 일들을 들춰 보면서
난 흠칫 놀란다.

다소 처절하게 일에 쫓기면서
어느새 난 빨라졌고
능숙해졌고
제법 사회인다운 모습이 되어 있었다.

모처럼 아내와 이불에서 뒹굴거린 평화로운 저녁,
그와 나는 그간 걸어왔던 삶과
그 결과 빚어진 우리의 변화에 놀라와했다.

하루 하루
성장해 간다는 것,
그것이 우리가 살아 있는 증거.
아무리 힘든 삶이라도
그 축복을 포기하지 않으리라.

- PS> 오늘 다시 읽기 시작한 기형도의 시는 여전히 멋졌다. 아껴가며 읽어야지.

2003-09-09 나비

Upload:IMG_2662s_나비_rs.jpg

나비

삶이 고되고 막막하게 느껴질 때면
난 내 손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이 따뜻하고
젊어 탄력있는 육체가
서서히 허물어져
어느새 부석거리는 먼지로 흩어지고
다시 누군가의 일부가 되는
그런 상상.

그를 하늘로 실어 날랐을
부서진 날개 하나가
날 슬프게 한다.
마치 부서진 꿈의 잔해를 보는듯
서글픈 마음 구석에서
날개 표면이 아름답게 반짝인다.

- 경주 여행에서

2003-09-11 우중질주

Upload:DSCF0040_rs2.jpg

우중질주

시야를 흐리는 빗방울.
그 사이를 뚫고 굳이 달리는 차들은
꼭 우리네 삶을 닮은 것 같다.
난 어디로 가고 있나.

2003-09-12 걸작

Upload:DSCF0120s_rs.jpg Upload:DSCF0109_s.jpg

걸작

왠지 떠나지 않으면 안될 것 같아
흩날리는 빗속을 뚫고 강화도로 향했다.
많은 이들에게 고통을 안긴 큰 바람 매미.
내겐 잊기 힘든 강렬한 선물을 선사했다.
그제 본 피카소의 판화들도 충격적이었지만
눈앞에 펼쳐지는 하나님의 작품 앞에서
그저 감탄할 뿐 입을 다물 수 없더군.
모두와 함께 나누고 싶다.
보이니, 쌍무지개가.

참꼴

2003-09-14 오노 요코

Upload:DSCF0166_rcs.jpg

오노 요코, 이름 모르는 여인, 그리고 나

오노 요코의 흔적들과 만났다.
대단한 사람임에 틀림없다.
자신의 삶 자체를 작품으로 제시한
존재감으로 가득한 일본 여인.
아름다왔다.
그가 정혜와 만났더라면
서로 비슷한 부류의 사람임에 놀랐으리라.

멋진 사람이었지만
우리가 더 행복하다.
정혜와 난 아직
둘 다 살아있지 않은가.


사진은 오노 요코의 작품에 반사되는 나를 찍은 것.
요즘엔 아크릴에 반사되는 나와 내 주변의
모습을 함께 담는 것이 즐겁다.
조만간 이런 작업을 시작할듯.

2003-09-15 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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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겐 가장 좋은 친구.
바쁜 일과를 마치고 자정이 다 되어서야
집 앞 음식점에서 된장찌게를 사이에 두고
얼굴을 마주할 수 있었다.
이 곤한 세상에
그가 있음이 감사하다.

2003-09-15 봄이

Upload:P1030875s_s.jpg

봄이

사랑하며 살아가는 젊은 부부를 바라보는 것은 감동적이다.
넉넉치 않은 여건이지만 카메라를 처분한 돈으로
일본 여행을 다녀왔다는 그들이
삶에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듯 부러웠다.
왠지 맘에 들어 한 성깔하는 봄이 사진을
한참동안이나 바라보았다.
우리 아이는 어떤 얼굴일까.

2003-09-22 정혜 퍼포먼스

Upload:DSCF0509_s.jpg

정혜 퍼포먼스

어처구니 없을 만큼 바빴던 날
실험예술제에서 정혜의 퍼포먼스가 있었고
난 망설이다가 결국 인사동으로 달려갔다.
삶이란 원래 그런 것이다.
현미에게 맡겼던 장비들은
세팅이 틀어져 있었고
가까스로 촬영을 마쳤지만
결과는 날 우울하게 했다.
이런 날도 있는 거다.
다시 사무실로 돌아와 늦게까지 일하다.

2003-09-28 그저 사진 한 장

Upload:P1030935_s.jpg

그저 사진 한 장

그날도
나는 사진을 찍었다.
민강기 집사님 댁 맏아들.
귀여운 아이.

2003-10-01 두 예술가

Upload:DSCF0179_rs.jpg

두 예술가

책과 장비들로 발 디딜 틈 없는 작업실에 선
정혜와 오노 요코.
둘은 닮았다.
그럼 난 존 레논이 되는 건가?
일찍 죽겠군, 하며 웃어준다.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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