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꼴Monologue/2004-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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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2004-02-27

이 달의 에필로그

“내 일생일대의 저작은 지금 내가 쓰고 있는 책이다”
수십 권이 넘는 저서를 남기고 있는(100세가 머지 않은 지금도 쓰고 있다. 대단한 양반같으니) 피터 드러커가 했다는 말이다. 이런 대석학들은 언제나 충만한 미래 속에서 현재를 살고 있는 모양이다. 하지만 못난 나는 가장 좋은 때가 채 깨닫기 전에 지나가버린 것 같아 아쉬워하며 흐뭇한 과거를 곱씹곤 한다. 과거에 빠져 허우적거리지 않는 한도 내에서라면 내겐 과거를 아름답고 감사하게 감상할 권리가 있다.
마감 후에는 늘 다음 책은 어떻게 만드나 하는 우울증이 찾아온다. 한숨을 쉬면서도 계속 걷게 되는 것은 일 가운데 나를 믿고 도움주셨던 고마운 분들의 얼굴 때문이다. 그래도 이따금은 엄마 품에 안겨 웃고있는 아기 캥거루가 부럽다.

ps_ 아래 사진을 보며 쓴 글


"그는 그림을 보이는 것을 그려낸 것이 아니라, 있는 것(reality)을 그려내기 위해 끝없이 분투하는 가운데 얻어지는, 이를테면 일종의 부산물 같은 것으로 여기고 있는 것이다" - <제임스 로드, 작업실의 자코메티, 눈빛> 중

아아, 작품, 돈, 이따위 것들은 부산물이어야만 해. 그런데 우린... 바보같으니.


"젊음이란 건 큰 의미가 없는 것입니다. 슈탐파에 사는 나의 동료들은 늙은이들이지만 난 젊어요. 그 친구들은 과거를 받아들인 거지요. 그들의 삶은 이미 과거의 것이 되어 버렸습니다. 그렇지만 나의 삶은 미래를 향해 있어요. 바로 지금 나는 나만의 작품을 시작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고 잇거든요. 사람에게는 정말로 시작하기만 한다면, 시작이라는 것을 해날 수만 있다면 더 이상 필요한 것이 없습니다. 왜냐하면 시작만 제대로 된다면 끝은 그 안에 들어있는 법이니까요." - 알베르토 자코메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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