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꼴Monologue/2004-05

마지막으로 [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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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5-01 새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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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략의 집정리 후 전화중인 정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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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을 내버려두고 싶었다.
과잉은 부족함보다 오히려 모자라기 때문에.
어느 집에나 있는 소파는 놓지 않을 생각이다.
적게 가지고, 풍성하게 살자.

  • SungJin : 앗.. 이사갔따.. 앗! 임신했따! - 2004-5-3 8:10
  • SungJin : 음.. 자세히 보니까 엉덩이 뼈인것 같기도 하다... 흠.. 내일부터 시험 3개다.. 머리 아프다.. - 2004-5-3 8:13
  • SungJin : 아.. 시험보고 왔다... 아.. 저기 누워서 자고 싶다... 으흐흑 - 2004-5-4 6:20
  • 참꼴 : 시험 잘 보셨어요? 한 걸음씩 나아가는 성진형께 박수를 보냅니다. - 2004-5-4 11:53
  • 정혜 : 아. 성진오빠셨구나.. 오빠 잘 지내시죠? - 2004-5-4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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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5-04 집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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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집들이 온 상우네 가족들(수운이도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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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친구들 중 첫방문, 삼준 지원 부부

시간이 월말로 치닫을 수록 마음이 각박해지는 사람인지라
아직 여유있을 때 하나씩 귀한 친구들을 불렀다.
내가 그들을 알고 있음이 새삼 감사했다.

  • : 아... 나도... - 2004-5-10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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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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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길에 정혜가 좋아하는 귀여운 몽키 바나나 몇 다발을 샀다.
오후에 외근을 다녀오다 눈여겨 봐두었는데,
과일장수 아저씨는 제법 따가왔던 햇살을 맞아가며 늦게까지 좌판을 벌인 모양이다.
마지막 세 다발을 떨이로 받아들고서 전철을 기다리며 묘한 기분에 젖었다.
압구정동, 신사동에서 볼품없는 검은 비닐 봉지를 들고 걷는 것은 스타일을 망치는 일이지만
전철로 불과 30분 거리인 홍은동에서는 귀가길 가족을 위해 과일을 사들고 퇴근하는 자상한 가장이 된다.
그러고 보니 청담동에서의 업무 미팅 후 지났던 갤러리아 백화점 앞의 젊은이들 역시 조금은 낯설었다.
역시 "거리 두기"는 자신을 돌아보는 훌륭한 방편이 된다.
기실 유학 역시 이 때문에 떠나는 것이다.

- 이사온 지 한 주, 묘한 낯섦을 느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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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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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벼운 점심식사로 그만인 퀘사딜라 등 타코요리.
요리와 함께 웃음을 써빙하던 요리사가 다름 아닌 관장님의 아드님이라는 사실이
작은 감동으로 다가왔다. 그라치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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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착화된 가톨릭 문화가 독특한 개성을 보여준다.


집에서 차로 30분 거리에 있는 중남미 문화원.
30여년간 중남미 외교관을 지낸 이복형 원장과 홍갑표 이사장 부부가 지난 십년여를 가꾼 개인 미술관.
오랜 외교관 생활을 대사로 마무리 짓고(60년대 외무고시를 패스한 외교관의 위상을 떠올려보라)
자족하는 생활에 안주함 없이 사회로 환원한 이들의 선택이 아름답다.
오래전 평당 300원에 구입했던 땅값만 해도 엄청날 것이라며,
나중에 후손들이 어찌할 지 몰라 법인을 만들어 두었단다.
유산을 양해해준 자식들이 고맙다며 자랑스럽게 말하는 홍 이사장님을 뵙고서
진정한 부자란 무엇이며, 믿는이가 어떻게 살아야 할 지 그려보았다.
청년보다 더 젊은 그들에게 갈채를 보낸다.

- 일에 대한 강박을 잠시 접어둔 것은 정말 현명한 일이었다...
- 중남미문화원 : http://www.latina.or.kr새 창으로 열기


  • carinaky : 옛날엔 더 좋았다더라구요...울엄마 말씀..ㅎㅎ - 2004-5-12 10:39
  • suitall : 너무 아름다운 곳이네요..꼭 가봐야겠네요.. - 2004-5-15 20:05
  • 밍밍 : 꼭 가보고싶네요.. - 2004-9-23 11:56
  • 참꼴 : 한번 같이 가지요. 이번 추석 연휴 때도 좋을 것 같아요...^^ - 2004-9-23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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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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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진가와의 만남

감상적이기 쉬운 만남이었다.
그는 암과 맞서고 있는 초로의 신사였고, 나는 한 잡지의 젊은 기자였다.
수십 년간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베테랑 사진가가 밉살스런 종양에 눌려 건장한 몸을 떠받쳐야할 다리 한쪽을 절고 있었다. 첫 술자리에서조차 그는 한 꾸러미의 사진을 내밀었고 "사진을 봤으면 평을 하라"며 까마득한 후배의 소감을 구했다.
반 년이나 지났을까, 병은 이제 그 몸의 절반을 점령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빛나는 옛 시절의 무용담은 없었다. 나는 방 한켠에 아무렇게나 놓인 미국기자협회 사진기자상(1992년 LA흑인폭동 취재)을 보고서야 그가 훌륭한 사진기자였음을 알아차렸고, 오래 전 추천을 받아 등단했던 문인이라는 사실 역시 지인에게서 귀동냥으로 얻어 들었다.
그는 늘 현재를 살았기에 병실 구석을 뒹굴면서도 카메라를 놓지 않았고, 만날 때마다 최근 촬영한 사진이라며 인화지를 내밀었다. 작품이 좋다는 말을 건내면 아직 사진 볼 줄 모른다며 면박 당했지만 그런 그가 싫지 않았다. 마지막이라며 그를 아끼는 후배들과 모처럼 기분좋게 떠난 남도여행에서 오랫동안 손에 익은 롤라이플렉스의 셔텨가 엉키자 굳이 차를 돌리게 했다. 노인네의 망발이라며 속으로 흉을 보았을 망정, 아무도 그의 말에 토를 달지 않았다. 사진은 그의 수행이자 선(禪)이었다.
"사람이 아닌, 작품이 기억에 남아야 해. 내 말은 내 작품 뒤에 있어야 해."
삶을 죄어오는 죽음 앞에서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 몸을 다그쳐 마지막까지 셔터를 누른 사진들, 그가 '스트레스'라 이름붙였던 작품들 앞에서 나는 그 말이 이루어졌음을 알았다. 한 장의 사진에서 작가의 말소리보다 더 큰 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것은 살아있는 것들 모두가 감당하여야만 하는 유한한 존재라는 한계상황을 담아내고 있었기에 죽음 앞에 선 한 개인의 삶을 넘어서는 보편성을 획득하고 있었다. "작품이 정말 마음에 든다"는 내 말에 그는 언제나처럼 퉁명스레 반응했지만 평소와 다른 흡족한 마음이 내게도 전해져왔다. 사진의 은입자들은 마치 말라붙어가는 그 피와 정력의 흔적들 같았다. 자신이 제어할 수 있는 육체가 종양에 점령당하기 전, 자신의 남은 몸과 정신을 인화지 위로 모두 이주시키려는 듯 했다. 그것이 내가 그를 본 마지막이었다. 얼마 뒤, 그는 갑자기 의식을 잃었고, 다시는 일어나지 못했다.
국화꽃잎 곱게 흩뿌린 그의 관 위에서 하늘은 잔뜩 찌푸려 있었다. 마지막까지 남은 이들의 손에 삽이 들렸고, 흙이 덧뿌려졌다. 무덤 위로 비가 쏟아졌다. 사람들은 우산 밑으로 모여들어 서로의 체온을 느끼며 느릿느릿 산 아래로 향했다. 아름다운 장례였다.

최재균(월간 포토넷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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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5-14 정혜와의 밤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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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엔 정말
무엇보다 본질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한다.
"먼저 그의 나라와 의를 구하라"는 말은 진리이며,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도 역시 그러하다.

  • : 사진보고 든 생각... 휴... 정말 잘 찍는다... - 2004-5-19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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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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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종일 표 선생님 전시도록에 들어갈 글을 썼다.
며칠을 작업했음에도 썩 마음에 차지 않았지만, 나름의 최선을 다했다.
글을 풀어나가며 몇번인가 울음을 삼켜야했다.

"생명의 존엄이 뭔지 알아? 생명이 두 개 있다면 귀중하지 않았을 거야. 매 순간순간이 절박하고 애절해. 하지만 어차피 세상은 간절하게, 애절하게 살아야 하는 거야. 잘 사는 것도 좋지만 잘 죽는 것도 정말 중요해."
"기자로서의 보람도 있었지만 나는 좋은 작품을 얻었을 때의 성취감이 더 컸어. 사진 속에서 거울을 보듯 나를 발견하고 투명하게 나를 볼 수 있을 때, 그 기쁨은 컸어, 정말 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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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5-18

우습다.
점심식사 후 건물 구석에서 쭈그리고 드린
십분 이십분의 짧은 기도가 나를 살리고 있다니.
인간이란 정말 별것 아닌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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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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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늦게까지 마치 독립운동하는 비밀결사처럼
몇몇이 모여 앉아 표 선생님 작품집을 교정하고 마무리 지었다.
그가 복 많은 작가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결국 그가 뿌린 씨앗의 열매일 것이라는 데 생각이 미쳤다.
출판분야의 '선수'들과 함께 일하는 것이 즐거웠고,
어느새 나도 '선수'인 양 그 속에 끼어있다는 것이 낯설지만 기뻤다.
내게 많은 선물을 주고 가신 표 선생님께 감사드린다.

작품집의 글은 대부분 내가 썼다.
가시는 길에 뭔가 도울 수 있다는 것이 기뻤다.
사진: 박재혁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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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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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밤의 평화와 여유로움
그랜드 힐튼 호텔 산책로

2004-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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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일임에도 돌촬영과 종일 근무로 무척 지쳤다.
사람이란 기운이 고갈되면 우울해지는 나약한 존재다.
터덜거리며 걷던 산 밑에서 달을 올려다 봤다.
난 지구라는 작은 행성 위에 서있다.

  • 김옥경 : 그렇구나...기운이 고갈되면 우울해지는 군요. 전왜 우울해 졌는지 이유를 몰랐는데^^ - 2004-5-27 12:11
  • 참꼴 : 아이들이 배가 고파지면 왜 그런지도 모르고 우는 걸 보고 웃었었는데, 우리도 비슷하더라구. 우습지. 사람이란 원래 그런 존재라는 걸 몰랐었다니. - 2004-5-28 23:59
  • 밍밍 : 그렇군요. 기억해둘만한 말이네요.. - 2004-9-23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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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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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미술관에서 열린 표영환 선생님 유작전.
세상 일이 단순하지 만도, 나쁘지 만도 않다는 것을 배웠다.

2004-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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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엑스 광학기기전 행사에서 포토넷 과월호를 뒤적이다 1년전 아기 고양이들 사진을 발견했다.
이 사진을 촬영한 다음날 근처를 지나던 다른 고양이가 이들을 모두 물어죽였다니
이들이 이 땅 위에서 숨쉬었음을 기억하는 흔적은 오직 이 사진 몇 장 뿐이겠다.
누군가에게 기억된다는 것, 무언가를 기록한다는 것은 무슨 의미를 지닐까.
결국 한 지역의 문화라는 것 또한 역사를 공유하는 이들의 기억의 집합일진데
내가 그를 기억한다는 것은 문화의 작은 지류에 편입된다는 것이 될까.
황대권씨의 글을 읽으며 자신의 인생을 진지하게 기록한다는 것,
이를테면 일기를 쓰는 것이 대단히 중요한 사명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
공쿠르 형제도, 데이비드 소로우도, 버지니아 울프도 한 사람의 일상과 삶에서
보편성을 담아낼 수 있었다. 그리고 보면 모든 사람의 삶이 주목할 만한
고유한 가치들로 넘치고 있는지도 모른다. 우린 그걸 주목하지 못하고 그저 흘려버릴뿐.
감추인 보화를 찾아 기록하는 것도 우리에게 주어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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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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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학기기전 취재, 와이트월갤러리 안셀 아담스 오픈, 양평 개까페.
폭풍같던 하루(?). 결국 집들이 왔던 재완과 민수는 청담동에서야 만날 수 있었다.
좀더 자세한 이야기들은 나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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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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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행성을 엿본듯. 코엑스 아쿠아리움.
우리가 이곳을 즐기리란 걸 짐작했건만, 이 정도일 줄은.


생명을 진지하고 겸손하게 바라보는 행위는 우릴 영적인 체험으로 안내한다.
갖은 옷가지들로 자신을 휘감아 몸의 제한적인 부분만을 드러내는 사람과 달리
수중생물들은 그 나긋나긋한 몸뚱아리를 내 눈 앞에 감춤없이 보여주었다.
작은 비늘들, 그 아래 근육의 움직임, 영혼이 없는 듯한 가맑은 눈빛,
투명한 체액 속의 붉은 내장 기관들, 그들의 살갗 하나하나.
그들은 우주인이었고, 지구인이었고, 이 행성의 주인공이었다.
가만히 겸손하게 우리가 서있는 곳을 바라보는 것만으로
우린 너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 Nyxity : 우옷 - 2004-6-1 0:13
  • 최재형 : 형 사진을 보면.. 형이 더 보고 싶다... - 2004-6-2 14:30
  • 참꼴 : 재형아, 나도 네가 보고 싶다. 널 기억하고 기도하는 사람들이 많단다... - 2004-6-6 0:52
  • : 퍼 가요.... 글이 멋있어서... - 2004-6-9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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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편집일: 2004-9-24 9:25 am (변경사항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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