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꼴Monologue/2004-06-07

마지막으로 [b]

Monolog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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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2004-06-07

출근하는 발걸음이 무거웠다. 피가 가득 엉겨붙어 벗기조차 힘든 중장갑을 잠시 흐르는 개울물에 씻고서 다시 더 힘든 전장에 출전하는 병사가 된 기분이었다. 다행히도 나는 딱딱한 표피 아래일 망정 아직 말랑말랑한 육신을 보존하고 있었다. 초현실적일 만큼 아름다왔던 사흘간의 휴식은 오히려 내 삶에서 평일과 자주 돌아오지 않는 휴일간의 넓은 간극을 내게 뚜렷하게 각인시켰다(그나마 마지막 날은 밤 늦게까지 아버지 회사 홈페이지에 사용될 제품 사진을 촬영했다. 기쁜 마음으로 촬영할 수 없었다. 적절한 보조도구들이 없는 체 마루에서 꾸물거리며 하는 촬영은 짜증스러웠다).
솔직히 두려웠다. 매달 돌아오는 전투는 끝이 없을 것이었고, 어설픈 책임감을 등에 진 나는 삼 년째 여름 휴가조차 제대로 쉬지 못한 터였다. 기어코 이번 달에는 마감을 하지 못할 것이라는 기분 나쁜 예감이 나를 휘감았다. 그래, 그렇다면 어떻게 될까? 작은 기대나마 내 얼굴을 보고 도와준 주변 어른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게다가 난 조촐하나마 우리 가족의 생계도 책임져야 했다. 7월호를 기획하고 있노라니 가슴이 헐떡거리며 가쁘게 뛰고 있음을 느꼈다. 기획은 넘치는데 그 모든 걸 내가 맡을 수도 없고 일을 넘길 사람들 찾기도 녹녹치 않았다. 월말의 모든 책임은 결국 내게 있다. 막상 전장에서 미친듯이 이리저리 뛰며 검을 휘두르고 있노라니 어느새 검은 몸의 일부처럼 느껴지고 내 일상은 원래 그런 것이었던 것처럼 손가락은 숨쉬듯 자판을 두드리고 있다. 날 힘들게 만들던 심장 박동이 언젠가부터 잦아들었다. 아내가 날 위해 기도하고 있을 즈음이었다. 퇴근 후 찾아든 집안의 차분한 안온함은 날 눈물겹게 만들었다. <아담을 기다리며>(마사 베크, 녹색평론사)의 한 구절이 떠올랐다. "'당신을 안아주고 싶어요'. 쥬디는 우리가 살아가는 목적을 알고 있었다." 그래, 우리는 서로를 안아주기 위해 살고 있는 것이다.

PS> 별것 아닌 것 같아 보이는 일들에도 나름의 사연들이 담겨있다. 월요병을 모질게 앓은 하루였다. 메모를 바탕으로 6/9 저녁 적다. PS> 그리고 보니 누가 누구를 책임진다는 말인가. 더이상 그런 착각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우리의 짧고 덧없는 삶을 살 만한 것으로 만드는 것은 고립된 자신을 벗어나 손을 뻗쳐 서로에게서, 그리고 서로를 위해서, 힘과 위안과 온기를 발견하는 능력이다. 이것이 인간이 하는 일이다. 이것을 위해 우리는 사는 것이다. 말이 달리기 위해 사는 것처럼.” - 마사 베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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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편집일: 2004-6-15 6:50 pm (변경사항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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