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꼴Monologue/2004-08-25

마지막으로 [b]

Monolog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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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2004-08-25

여러 시간을 쏟아부어 여주대 학생들의 기사 편집을 마무리한 다음, 정진국 선생의 앙리 카르티에-브레송 기사를 열었다. 매킨토시를 사용하시는 분이라(외국에서는 흔한 일이지만 한국에서는 유별난 것으로 비친다) 텍스트를 열기까지 나름의 우여곡절이 있었다. 내용은 익히 알던 것들이었지만 문장은 아름다왔고, 오래전 읽었던 선생의 문체보다 더한층 세련되어 있었다. 이 정도의 글이 커버스토리로 나간다면 책이 빛날 것임에 분명했다. 흔쾌히 원고 청탁을 받아주신 선생께 고마움에 눈물이 핑 돌았다. 아무리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나이지만, 일하는 도중에 이리 감동하는 것이 그리 흔한 일은 아니다.
문득 깨달았다. 어느새 내가 이 일을 사랑하게 되었다는 것을. 그리고 어느새 내가 편집자로서 일할 만한 능력을 갖추게 되었다는 것을. 이번 책은 분명 이제껏 내가 만들어왔던 책들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책이 될 것이었다. 마침 내일이면 있을 사장님과의 협상 결과에 따라서는 나는 이번 호를 마지막으로 포토넷을 떠나게 될는지도 몰랐다. 모처럼 싹이 튼 사진계의 에너지 하나를 내가 말려죽이는 것이 아닐까 두려워졌다. 하지만 이번 일이 내 욕심이나 명예욕과는 완전히 무관한 일이었음은 주께서 아신다. 그리고, 무언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그에 집착하게 되기 쉬워진다는 것도 새삼 깨달았다. 하지만 난 이 땅의 나그네인 것을. 어쩌면 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길을 장식해준(적당한 때에 돌아가신) 앙리 까르티에-브레송에게 감사했다. 안녕, 천재 작가 양반. 편히 쉬시오. 나도 내 길을 가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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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편집일: 2004-9-23 5:14 pm (변경사항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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