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코의진자

마지막으로 [b]

푸코의 진자 Il Pendolo di Foucault

온라인 서점으로 이동 ISBN:893290328X 온라인 서점으로 이동 ISBN:8932903298 온라인 서점으로 이동 ISBN:8932903301
다빈치코드를 보면서 푸코의진자가 생각이 나서 다시 읽어보았다. 전에 읽었을때는 [푸코의 추]였는데 완전개역판으로 새로 나왔다고도 하니 이 참에 다시 읽어보자는 생각이 들기도 했기 때문이다.

성단기사단, 성배전설, 연금술 등 각종 음모론적인 내용의 백과사전식 종합판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그 분야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내용이 나온다. 여기서 나온 정보만으로도 다빈치코드류의 책은 100권 정도 쓸수있지 않을까 싶었다. 옛날에 읽었을때는 그쪽 분야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어서 꽤 어리둥절해가면서 봤었는데, 어느정도 관련 지식이 있어서인지 굉장히 재밌게 볼 수 있었다.

본서는 위와 같은 엄청난 지식량을 토대로 종합한 추론이 뭔가 굉장한 내용이라는 느낌을 준다. 역사적인 사건들이 추론으로 도출한 내용을 토대로 보면 각 각 아구가 딱 맞는 느낌이 들어(각 나라에 ㅤㅎㅡㄾ어진 기사단의 역할과 회동의 불발 등) 굉장히 흥미진진했다. 또한 추론한 내용이 모두 출전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 더욱 놀라웠다. 하지만 역시 압권이었던 것은 이런 논리적인 추론을 이끌어냈음에도 이 내용은 진지한 음모론자를 사실 조롱하기 위한 것이었다는 점이다. 어쩌면 각종 어려운 인용 등으로 뭔가 대단한 내용이 있는 척을 하면서 독자들을 조롱하는 것과 일맥 상통한다는 느낌이었다.

관련 정보를 많이 알수록 더욱더 재밌어지는 그런 지적인 유희가 가득한 소설이었다. -- Nyxity 2006-9-9 11:34

사랑에는 아무나 빠지는 게 아니다. 빠질필요가 있어야, 간절한 바람이 있어야 빠지는 것이다. 그러나 필요를 느낄 때는 조심해야 한다. 미약을 마시는 것처럼 첫 대면한 상대에게 아찔하게 반해 버리니까. 상대가 오리 주둥이를 가진 오리너구리일지언정...(동물학자 콘래드 로렌쯔 박사는, <오리는 알을 까고 나와 맨 처음 보는 대상에게서 모성애를 느낀다>는 이론을 증명하기 위해 실제로 수많은 오리를 거느리고 다니기도 했다.)
야만적이고, 게르만적인 유럽 문화에 견주면 더할 나위없이 너그럽고, 신비스럽고, 자유로운 이슬람 문화와 근 두세기에 걸쳐 살을 비벼 왔으면서도 결국 그 유혹에 압도당하지 않았다는 것은 유럽 인들이 무식하기 때문이 아니라면 대체 무엇 때문일 수 있는가.
원형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아요. 존재하는 것은 육체뿐이에요. 이 아랫배 속은 아름다워요. 왜냐? 아기가 여기에서 자라고, 당신의 귀여운 꼭지가 영광과 환희에 떨면서 찾아 들어가고, 기름지고 맛나는 음식물이 내려가기 때문에 아름다운 거예요. 바로 이런 이유에서 석굴이, 갱도가 아름답고 소중해 보이는 거예요. 미로가 아름답고 소중한 것도, 미로라는 것이 원래 우리 내장과 닮았기 때문에 그런 거라고요. 누구든지 아름답고 소중한 걸 발명하려면 거기에서 시작하는 수밖에 없어요. 왜냐? 당신도 거기에서 나왓으니까... 생육이라는 것은 항상 공동에서 시작되는 거예요. 태초에는 혼돈과 부패가 자리하던 곳... 아, 그런데 보세요, 여기에서 인간이 태어나고 대추야자나무가 자라고, 여기에서 바오밥나무가 자란다고요. 높은 건 낮은 것보다 낫지요. 왜냐? 사람이 머리를 아래로 하면 피가 머리로 몰려서 못 쓰거든요. 머리에서는 냄새가 별로 안 나지만 발은 냄새가 너무 나거든요. 땅 속으로 들어가 구더기의 먹이가 되기보다는 나무에 올라가서 과일을 따는 게 낫거든요. 위에 이쓴ㄴ 것에 다치는 일은 별로 없거든요. 떨어져 잘 다치는 사람은 다락방에 가만히 있으면 되는 거에요. 바로 이 때문에 천사는 위에 있고 악마는 밑에 있는 거예요. 하지만, 조금 전에 내가 아랫배에 대해서 한 말도 옳기 때문에, 결국은 아래 안쪽에 있는 것도 아름답고, 위 바깥쪽에 있는 것도 옳기 때문에 둘 다 참이에요. <메르쿠리우스>(메르쿠리우스의 그리스 이름인 <헤르메스>는 <연금술>이라는 말의 어원이 된다. 따라서 여기에서는 <연금술>)니 <마니카에니즘>(마니교. 마니가 제창한 종교로, 그노시스 파 기독교, 불교, 조로 아스터교의 사상이 망라되어 있다. 삶을 광명 (선,신,정신>과 암흑 <악,악마,육체>의 이원적인 대립으로 파악한다.)이니 하는 것과는 아무 관계도 없다고요. 불은 우리 몸을 따뜻하게 해주지만 추위는 기관지염이나 폐렴의 원인이 되기도 하죠. 더구나 4천 년 전 사람에게 불의 존재가 얼마나 신비스러워 보였겠어요? 그래서 불은 락을 요리하는 데 요긴할 뿐만 아니라 갖가지 신비스러운 힘을 가진 존재로 보였던 거죠. 하지만 추위는 닭을 보존하는 데 여간 요긴하지 않은 반면에 불을 잘못 만지면 이만한 물집이 생기는 수도 있죠. 알겠어요? 그래서 뭔가를, 지혜 같은 것을 보존하는 데는 산이나 높은 데(높은 건 좋으니까...), 요컨대 석굴 (좋고말고...)이나 티벳의 만년설 (금상첨화죠...)이 필요했던 거예요. 지혜가 스위스의 알프스에서 오지 않고 동방에서 오는 까닭은 우리 조상들이 아침에 깨어나 비가 오지 말고 해가 제대로 솟아 주었으면 하고 바라면 서 바라보는 방위가 동쪽이었기 때문이라고요..."

"알았으니까 그만해. 엄마처럼 굴지 말고..."

"아이고 착하지... 그러니까 잘 들어요. 해가 왜 좋아요? 햇빚이 우리 몸에 좋은 데다 날마다 떠오르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한번 없어진다고 해서 사라져 버리는 게 아니라 되돌아 오는 건 좋은 거예요. 간 길을 되밟지 않고 처음 있던 자리로 되돌아오는 방법 중 제일 좋은 방법은 둥그렇게 원을 그리면서 걷는 거 아니겠어요? 둥글게 몸을 꾸부릴 수 있는 동물이 뭐예요? 뱀이지요? 뱀에 대한 신화나 미신이 많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요. 악어를 가지고, 몸을 꼬부린 형상을 만들어 태양의 재생을 상징하는 도형으로 삼을 수는 없으니까... 태양제를 지내면서 의례적으로 태양 운행을 체현한다고 칩시다. 제일 좋은 방법은 원을 그리면서 도는 방법밖에 없어요. 왜냐? 직선으로 걸으면 제장에서 점점 멀어질 수밖에 없으니까, 의식을 오래 계속할 수 없거든... 원이라는 게 어떤 의식에도 잘 어울리는 까닭이 여기에 있어요. 심지어는 장거리에서 불 먹는 마술을 부리는 사람도 원이 얼마나 유용한가를 잘 알아요. 원형으로 구경꾼을 배치해야 많은 사람들 눈에 뜨일 수가 있거든요. 군인들처럼 오와 열을 지어 일렬로 서버리면 맨 뒤에 있는 사람에게는 아무것도 안 보이죠. 원과 원운동, 또는 주기적인 회귀가 비의나 일반적 의례의 기본이 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닥요."

"알았어요, 엄마..."

"당신이 읽는 책 저자들이 그토록 좋아하느 수비학 쪽으로 옮겨 가 볼까요? 당신은 둘이 아니라 하나예요. 당신에게도 나에게도 성기는 하나밖에 없고, 코와 심장도 각각 하나씩이에요. 자, 하나가 중요한 이유를 아시겠죠? 그런데 우리의 눈, 콧구멍, 내 젖가슴, 당신의 고환, 다리 ,팔, 엉덩이는 둘씩이에요. 그러니까 둘도 소중한 거예요. <3> 이 신비로운 까닭은, <3>이 비로소 우리 몸을 떠나기 때문이에요. 우리 몸에는 세 개 있는 게 없으니까요. 그래서 <3>에서 모든 민족은 신을 연상한답니다. 따져 볼까요? 당신의 꼭지와 내 것이 결합하면... 저리 못 가요? 장난꾸러기 같으니... 제 3의 개체가 생겨나고, 그래서 우리는 셋이 되죠. 그러니까 지상의 모든 민족이 지닌 삼중 구조, 삼위 일체의 신학을 알기 위해 대학 교수가 되거나 컴퓨터를 두드릴 필요는 없는 거에요. 그런데 두 다리와 두 팔을 합치면 넷이 되죠? 넷도 아름다운 숫자랍니다. 짐승은 네 다리로 기어다니고, 스핑크스의 수수께끼에도 나오듯이 아기도 네 발로 기어다니죠. 다섯이 신성한 이유는 말 안해도 알겠죠? 손을 보세요. 손가락이 다섯 개... 두 손의 손가락을 합치면 또 하난의 신성한 숫자 <10>이 되죠. 모세의 십계명이 12계명 아니고 십계명인 이유도 목사에게 손가락이 열 개밖에 없기 때문이에요. 12계명이 되었더라면 목사들이 얼마나 불편했겠어요? 11계명, 12계명을 셀 때는 부목사의 손을 빌어야 했을 테니까. 이제 당신 몸을 가지고 생각해 봐요. 몸에서 튀어나오면서 자라는 걸 한번 세어 보세요. 양팔, 양다리, 머리카락, 성기... 이렇게 해서 여섯 개죠? 그런데 여자의 경우는 일곱 개가 된답니다. 그래서 당신이 애독하는 저자들은 이 <6>이 라는 걸 <3>의 배수라는 정도로 홀대하는 거예요. 남성에세 <6>이라는 숫자는 지극히 친근한 숫자라서 별로 주의를 안 기울여요. 그러나 <7>은 신성한 숫자로 취급된답니다. 왜냐? 여자들에게는 이 <7>이라는 수 역시 친근한 숫자라는 걸 모르거든요. 여자의 젖가슴을 고려하지 않은 탓이죠. 8... 8... 잠깐만 기다려 봐요. 8의 정체는 뭘까요? 발과 다리를 각각 하나로 세지 말고, 팔꿈치와 무릎의 관절 부분을 각각 둘로 세면, 우리 몸퉁에는 밖으로 뻗은 뼈가 모두 여덟 개가 있는 셈이군요, 여기에 머리를 더하면 아홉이 되고, 몸통까지 덧붙이면 열이 되네요. 사람의 몸만 가지고 헤아려 봐도 모든 숫자가 다 있다고요. 구멍도 있고..."

"구멍?"

"그래요. 사람의 몸에 구멍이 몇 개난 뚫려 있는지 알기나 해요?"

"눈구멍, 콧구멍, 입구멍, 항문... 모두 여덟 개군."

"그렇죠? 그래서 <8>이라는 숫자가 또 한 번 아름답고 소중한 거라고요. 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아홉 개예요. 당신은 자기가 태어난 구멍은 세지 않았으니까... 그러니까 <8>보다는 <9>가 훨씬 신성한 거라고요. 당신이 애독하는 필자들, 걸핏하면 선돌의 해부 어쩌고 하지요? 당신에게도 선돌처럼 일어서는 게 있잖아요? 사람은 낮에는 서 있다가도 밤이 되면 눕죠. 당신에게도 섰다가 누웠다가 하는 게 있군요. 아니, 그게 밤에 무슨 짓을 하는지 꼭 말해야겠어요? 중요한 것은 일할 때는 서 있다가 쉴 때는 눕는다는 거예요. 그래서직립은 곧 생명을 뜻하죠. 태양을 향하고 있으니까... 오벨리스크를 보세요. 나무처럼 꼿꼿하게 서 있지... 반면에 누운 자세와 밤은 수면과 죽음을 상징하죠. 모든 문화가 선돌, 고인돌, 피라미드, 기둥 같은 걸 숭배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어요. 발코니나 계단 손잡이에다 대고 절하는 사람 봤어요? 또 하나 재미있는 건, 직립해 있는 것이 사람들 눈에 골고루 잘 띈다는 거예요. 생각해 보세요. 직립해 있는 구조물을 숭배할 경우, 숭배객이 아무리 많아도 상관없잖아요? 하지만 수평으로 누워 있는 돌을 숭배하는 경우를 상상해 봐요. 맨 앞 줄 사람들 눈에만 띌 테니, 얼마나 불편하겠어요? 뒤에 있는 사람들은 너도나도 앞으로 나오려고 아우성을 칠테지요. 의례가 이 꼴이 되어서야 말이 아니죠."

"그럼 강은?"

"강이 숭배의 대상이 된 것은 그게 수평으로 프르기 때문에서가 아니라 물이 있기 때문이에요. 물과 사람의 몸과의 관계야 더 말할 나위도 없겠죠? 요켠대, 민족은 달라도 숭배의 대상은 비슷한 까닭, 서로 수만 킬로미터 떨어져 있어도 만들어 낸 상징은 서로 비슷한 까닭은 여기에 있어요. 어차피 몸에서 시작되는 것이니 비슷한 건 당연한 일 아니겠어요? 그래서 유식한 사람에게 뜨뜻한 연금로를 보여주면 대뜸 태아가 든 모태를 생각하는데, 당신제 <귀신 떨거지들>만 유독 예수를 잉태한 성모를 보면서 이걸 연금로의 상징이라고 생각하는 거라고요. 당신네 <귀신 떨거지들>이 수천 년 동안 무슨 계시를 고대해 왔다고요? 그건 그 사람들 코앞에 있어요. 거울만 보면 금방 알 수 있는 걸 가지고 왜들 그런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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