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운은 꼭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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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낸이:이동진  (Nyxity  )  1998-06-30 00:01  조회:159

 
          
 행운은 꼭 찾아온다.                       
 

                                                           -이동진(Nyxity)

 1.
 늦은 서울의 노을은 붉은 빛을 넘어 보라빛이였다. 퇴근시간의 지친 활기를 뚫고
상진은 달렸다. 땀이 눈을 찔렀지만 개의치 않았다.
 인원삭감으로 직장을 잃은 후 그는 그가 할수있는 모든일들을 동원했으나 다시
직장을 가지진 못했다. 명예퇴직방식을 취해 퇴직금은 받았지만 그것도 이제
백만원이 조금 넘는 수준만 남았다. 아내도 그가 직장을 잃은 생활이 반년이상
계속되자 집을 떠났다.명문대를 나왔고 일류대기업에 취직했었던 그였지만 이제
모든것에 초라해진 자기 자신을 받아들여야만 했다.
 그는 전철 육교를 뛰어 올라갔다. 그의 표정은 지나가는 사람도 돌아볼정도로
절박했다. 육교위에 올라서자 일단 그는 숨을 돌렸다. 검은 아파트의 실루엣이
어둑어둑해진 노을에 뚜렷이 보였다. 멀리 화물기차가 다가왔다. 상진은 난간을
올라가기 시작했다. 땀과 눈물이 그의 얼굴을 덮었다. 난간에서 뛰어내리기 직전 그
짧은 시간동안에 그가 지금껏 살아왔던 삶이 파노라마처럼 머리속을 스쳐지나갔다.
자신의 몸이 허공에 떴다고 느끼는 순간 옆구리에 강한 충격과 함께 그는 감았던
눈을 떴다. 하늘이 보이는것과 함께 콩크리트 바닥에 몸이 부닥치는것을 느꼈다.
 "죽으면 안돼요."
 상진은 잠시 넋이 나갔다가 정신을 차렸다. 그의 시야엔 30대 중반의 남자가
걱정스러운 듯이 상진을 바라보고 있었다. 자살에 실패했다는 상실감보다 바닥에
내동댕이 쳐지면서 목숨을 건졌다는 안도감을 느낀 자기자신에 대한 혐오감으로
상진은 흐느꼈다.
 그 남자는 자살을 시도한 상진을 그냥 두고가기가 걱정이 되었던지 그가 울음을
그칠때까지 곁에서 기다렸다.

 "정말 열심히 일해서 계약을 따내 2억 벌면 위에서 부동산투자다, 주식투자다,
반도체회사 만든다 이래서 몇십억 날려 버려 회사가 망해가는데 정말 화가
나더군요. 그런데 이제와서 회사가 위태롭다고 나가라니 그게 말이 됩니까? 도대체
제가 뭘 잘못했다는겁니까? 위에서 경영을 잘못한것때문에 내가 회사에서 나가야
하다니..."
 남자는 포장마차에서 상진이 술에 취해 내뱉는 말들을 잠자코 들었다.
 "회사에서 짤리니 이젠 아내까지도 나를 버리는겁니다. 처음에는 같이 이겨내자고
그러더군요. 정말 고마웠어요. 그런대 결국 가망이 없다는것을 알게되자 가차없이
떠나더군요. 아이가 없어서 그랬는지. 정말 회사에서 짤릴때보다 더 충격이 컸어요.
절대 이렇게 나올줄 몰랐어요. 정말..이럴수 있는겁니까? 이럴수가 있는거냐구요!"
 상진은 그렇게 내뱉고는 소주잔을 비웠다. 소주를 다시 따르려고 했으나 이미
다마셔버린 후였다. 지갑에 있는 돈은 이미 소주병으로 바꾼 후였다.
 "..이거 아직 취하지도 않았는데..술이 떨어졌으니....은행가서 돈좀
뽑아와야겠군요."
 그 남자는 일어서려는 상진을 말렸다.
 "그러지 마시고..2차는 제가 사죠. 어디 근사한대로 갈까요?"
 상진과 함께 포장마차를 나온 그 남자는 택시를 잡더니 압구정동으로 향했다.
 "어디로 가는 겁니까? 이미 아시다시피 저는 지갑에 돈이 한푼도 없습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산다고 했쟎아요. 단골집이 있으니 이런 꿀꿀한 날 가서
취하기 딱 좋은 곳이에요."
 "이거 목숨도 살려주시더니 정말 고맙군요. 어떻게 보답을 해야 할지.."
 "어차피 저도 직장도 없고 말상대도 없었던 터라 잘된 일이죠. 아 키네마극장
가기전 골목길로 들어가주세요."
 택시는 어느새 압구정동 로데오거리를 지났다. 불경기라 여기저기 문을 닫은
옷가게들이 눈에 띠었지만 여전히 밤의 열기가 느껴졌었다. 택시는 골목길로
들어가자  상가들은 점점 줄어들면서 주택가가 나오기 시작했다.
 "저기 빨간 벽돌집 다음 집앞에 세워주세요."
 남자가 말한대로 택시는 멈춰섰다. 상진과 남자가 함께 내린곳은 좀 고급스러워
보이는 주택이었다.
 "어..이거 일반 가정집 아닙니까?"
 "뭐..겉은 가정집처럼 되어있지만 안은 멋진 곳이에요. 아는 사람만 오는 그런
곳이죠. 들어가 보시죠."
 남자가 이끄는 대로 상진은 그 집안으로 들어갔다. 집안은 2층까지 청정이
뚤려있었고 이미 사람들로 가득했다. 영화에서나 보는 무슨 고급 파티장 같은
곳이었다. 상진은 그 분위기에 압도당했다.
 "자자, 신경쓰지 말고 우리끼리 신나게 마셔봅시다. 아 웨이터 여기 맨날
마시던것으로 갔다줘." 그남자는 이렇게 말하고나서 상진을 이끌고 홀을 지나
가장자리에 있는 빈 테이블에 가서 자리를 앉았다.
 "어때요? 분위기 좋죠?"
 "우리나라가 아니라 어디 외국에 온것같군요."
 "여기말고도 서울에서만 이런곳이 한 50군대정도는 될거에요. 저도 운이 좋아서
이곳에 끼일수있었어요. 광고도 간판도 없이 그냥 아는 사람을 통해서만 올수있는
곳이라서.."
 웨이터가 고급스러워 보이는 병에 담긴 양주와 잔을 가지고 왔다. 상진은 듣도보도
못한 그런것이었다.
 "아니 이런것을 마셔도 됩니까?"
 "제가 낸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걱정 하지 마시고 마음것 마십시다."
 "이런 곳인데도 사람이 많군요."
 "매일 이정도는 오는것같더군요. 다른 비슷한곳도 마찬가지고."
 "IMF인데도 이곳은 전혀 그런 영향을 받은것같지가 않는군요. 그것도 이많은
사람들이.. 하루 이런곳에서 보내면 얼마정도 나옵니까?"
 "한사람앞에 적어도 한 300만원정도는 나올겁니다."
 "네에? 아니 이럴수 있는겁니까? 누군 직장일어서 하루살기에도 급급한데!"
 상진의 언성이 높아졌지만 다행이 음악소리에 상쇄되어 다른 사람에게까지 상진의
말은 전달되지 않았다.
 "그것보다 이상하다고 생각되지 않습니까? 여기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매일밤
이렇게 비싼곳에서 보낸다니 말이죠. 재벌2세정도 되는 사람들이 우리나라에 이렇게
많을까요? 그것도 IMF에 아무 영향을 받지 않고 말입니다."
 생각해보니 그렇다. 상진은 갑자기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대기업 높은 자리의
사람들도 정리해고다 구조조정이다 기업퇴출이다 하며 하루하루가 불안한 생활을
한다는데 정말 말이 안되는것같았다.
 상진이 고민하는 표정을 짓자 그 남자는 묘한 미소를 지었다.
 "이곳 사람들은 선택받은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이곳은 선택받은 사람들만이
올수있는 곳이지요. 저는 지금 당신을 이곳 사람으로 선택하려는 것입니다."
 
 2.
 상진은 그 남자가 이끄는 대로 그 집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있는 고급스러운
카페에 들어갔다. 평범한 카페였지만 그 남자는 카페 사무실쪽으로 들어갔다.
사무실엔 컴퓨터 3대와 통신장치 비슷한 것들이 있었다.
 "일단 앉으시죠." 그 남자는 상진에게 소파로 인도하며 말했다.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군요. 항상 여기서 망설여지죠. 사람들한텐 좀
황당무게한 얘기로 들리니까요."
 남자는 잠시 말을 멈추더니 다음말을 어떻게 할까 고민하는듯했다. 상진은 묘한
긴장감이 자신을 감싸는것을 느꼈다.
 "우선.. 저희는 현재 일반인들이 모르는 은행을 하고 있습니다. 여기가 바로 그
사무실이죠. 그리고 돈을 몇년동안 넣어야 목돈이 마련되는 그런곳이 아닙니다.
또한 예금기간이 한두달정도로 짧은 단기상품을 다루는곳도 아니고요.
 만약 100만원을 예금하고 이자율 10%복리에 예금기간을 100년으로 한다면 얼마가
될까요? 어림잡아 5000만원정도는 될겁니다. 저희는 바로 그런 금융상품을 다루고
있습니다. 그리고 100년후에 그돈을 찾는것이 아니라 지금 그 돈을 찾을수있구요."
 "하하. 지금 누굴 놀리시는군요. 당신들은 그럼 무엇을 먹고 삽니까? 그게 말이나
되는 말인가요?"
 상진은 좀 망설이더니 생각을 정리한듯 다시 설명을 했다.
 "80년대 미소 냉전시절 미국은 시간여행을 가능하게 하는 장치를 발명했습니다.
미래는 물론 과거로도 가능한 그런 장치죠. 다만 제약이 있다면 실제로 시간여행이
가능한것이 아니라 신호교신으로만 가능한 것이죠. 그 장치로 첫 실험을 하던날
미래로부터의 응답이 있었습니다. 알고봤더니 이미 웹사이트상에서는 미래인들이
신호를 보내오는 사이트도 존재했더군요. 컴퓨터망에 도중에 끼어들어 신호를
보낼수있던것이죠. 물론 과거에서 응답은 없었습니다. 과거엔 이런 장치들이
없었으니까요. 결국 미국은 소련과의 대결에서 승리하고 일본과의 경제전쟁에서도
이겨서 현재와 같은 상황이 되었죠. 급기야 미래은행과 연결하여 지금 제가
말씀드린것과 같은 일을 시작했죠. 현재 미국의 호황뒤엔 이런 내막이
숨어있는것입니다. 현재 국제간의 금융거래중 실물거래를 수반한 금융거래는 전체
금융거래중 1%도 안됩니다. 나머지는 모두 극단적으로 말해 돈놓고 돈먹는 식의
거래들이죠. 그 막대한 자금들이 다 어디서 나온줄 아십니까? 바로 이런 내막이
있는 것입니다."
 "미래사람들은 또 미래에다 저축한것을 퍼다 쓰면 되니까 굳이 미국의 예금을 쓸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그때가 되면 이런거래가 일반화가 되어서 과거의 저축들이 새로운 가치단위가
됩니다. 이것을 기반으로 새로운 구축통화를 만들어내게 되는것이죠. 그렇기때문에
미국만의 저축으로는 모잘라 전세계에서 예금자를 구하는것입니다. 물론 일반인이
모르게 말이죠."
 "그런대 하필 왜 저를 선택한거죠?"
 "저는 이일을 이번에 처음 시작했습니다. 말하자면 신입사원이죠. 미래에 예금할
상대를 접촉하기엔 제 역량도 부족하고 저 자신도 미래의 구축통화를 보유해야만
그것이 가능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일반인들을 한명 예금시켜서 제 자신의
부를 미래에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여러명들을 만났지만 모두들 미친놈이라면서
상대도 안해주더군요."
 "어떻게 당신을 믿을수있죠?"
 그 남자는 컴퓨터를 켰다. 통신화면이 뜨더니 다른곳과 통신하는것이 보였다.
 "미래와의 통신을 보시겠습니까? 미래의 도시풍경을 보여달라고 해보죠."
 그 남자가 그와 비슷한 말을 전송하자 잠시후에 화면엔 미래풍경의 모습이 보였다.
 "미래인과 통화를 해보시겠습니까? 약간 말이 바뀌어서 공부하지 않으면 잘
안통하지만 말입니다."
 상진은 고개를 저었다.
 "단순히 컴퓨터로 조작하는것일지도 모르쟎습니까?"
 "답답하군요. 그럼 이렇게 합시다. 진짜 백만원을 입금시켜서 5000만원을
받아보시죠?"
 "저는 지금 한푼도 없다는것을 아시쟎습니까?"
 "일단 제 100만원을 빌려드리겠습니다. 그리고 미래구좌는 최소 1억이 있어야
구좌를 개설할수있으니 일단 제 구좌를 이용해서 거래를 하죠."
 그는 은행에 접속해서 그의 구좌에 있는 100만원을 스위스의 어느 은행구좌에다
넣었다.
 "상진씨 구좌번호를 가르쳐주세요."
 "국민은행 1-***-***-***-**-1입니다."
 "내일 5000만원정도 들어가 있을겁니다. 내일 은행에 가셔서 확인해 보시고 다시
연락주세요. 제 명함입니다."

 3.
 다음날 상진은 은행에 가서 자신의 구좌를 확인했다. 본래 있던 130만원외에
5000만원하고 잔잔한 금액이 더 입금되어있었다. 보낸 사람은 미래예금이라고
되어있었다. 
 상진은 더 망설이지 않고 어제의 그남자를 찾아갔다. 
 
 "어제 말씀드린것처럼 구좌를 개설할려면 최소 1억이 있어야 합니다. 제 백만원도
돌져주셔야 하니까 최소 1억1백만원이 있어야 합니다. 구좌가 개설되면 그것에다
이자를 붙여 100년후의 금액이 돌아오고 또 그 금액에 이자가 붙어 100년후의
금액이 돌아옵니다. 처음 개설할땐 하루만에 돌아오지만 그이후부터는
한번돌아오는데 한달이 걸리죠. 평생을 써도 다 쓰지 못할 돈이 누운 그자리에서
생기게되는 것입니다. 다만 너무 눈에 띄게 돈을 사용하는것은 자제해야 합니다.
세상의 주목을 받아서는 안되니까요. 만약 그렇게 되면 구좌는 폐쇠당합니다. 아는
사람만 아는 그런 장소들이 왜 있는지 아시겠죠?" 
 "1억100만이라...그렇게 큰돈은..."
 "일단 5000만원정도는 이미 있으시죠? 나머지를 어떻겐가 구해보세요. 한달정도
시간을 드리겠습니다."
 
 상진은 여기저기서 돈을 끌어모으기 시작했다. 새로이 사업을 시작한다고 하니
조금식조금식 돈을 빌려주는 친척도 있었고 친구들도 있었다. 그렇게 모은돈을
담보로 또 은행에서 대출을 받았다. 그래도 모자르자 그는 집을 팔고 차도 팔았다.
어떻겐가 겨우 1억을 만들수 있었다. 그남자에게 빌린 100만원은 구좌를 개설해서
받는 돈으로 갚을 생각이었다. 한달이 거의 다될때쯤이었다.
 상진은 그돈을 들고 또다시 그 남자에게 갔다. 남자는 그 돈을 007가방에 넣더니
그를 차에 태우고 삼성역 근처의 어느 빌딩으로 갔다. 그곳은 정말 은행처럼
되어있었고 남자는 상진의 계좌를 개설한후 통장 비슷한 것을 상진에게 건네주었다. 
 "미래예금은 여기에다 돈을 넣야 하지만 돈을 찾을수는 없습니다. 이곳에 있는
돈을 당신이 본래 가지고 있던 은행계좌에 이채시켜야 합니다. 통장에 자세히
나와있으니 그대로 하면될겁니다."
 "백만원은 내일 돈을 받으면 돌려드리지요."
 "하하, 천천히 갚으셔도 됩니다."
 상진은 자신의 미래계좌통장을 들고 들뜬 마음으로 잠시 생활하고 있는 여관방으로
돌아왔다. 이제 내일이 되기만 하면 평생 먹고살만한 돈이 들어오는 것이다.
그돈으로  무엇을 할지 밤새 뒤척이며 행복한 고민을 하다 그는 겨우 잠이 들었다.

 4. 
 날이 밝자 상진은 9시가 되자 마자 어제갔던 삼성역의 빌딩을 찾아갔다.
부푼마음으로 그곳 문을 열자 눈에 들어온 것은 텅빈 사무실이었다. 상진은 어디
잘못찾아왔나 해서 확인을 하려고 할때 관리인과 마주쳤다. 
 "아 당신도 어제 하루 여기를 빌렸었던 사람이우? 007가방 하나 치우다 보니
남아있길래 보관하고 있었지."
 관리인은 그에게 가방을 건네주더니 1층으로 내려갔다. 상진은 서둘러 가방을
열업봤다. 안에는 종이 한조각이 있었고 다음과 같은 말만이 적혀있었다.

 'Easy come, Easy 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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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편집일: 2003-8-20 4:48 pm (변경사항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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