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토양을 남기는 프로젝트

개인적으로 8비트 컴퓨터 시절은 미래에 대한 두근거림이 가득한 시대였던 것같다. 하지만 그 시대의 에너지를 현재까지 이어온 곳은 그리 많지가 않다.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휴렛패커트 정도? 그리고 그 정보는 일본, 미국에 국한되어 있었다.

그러다 영국의 사례를 알게 되었다. BBC 마이크로.

IT 강국의 품격, 영국편 5달러 컴퓨터 한 잔 – 허브줌

하지만 BBC 마이크로를 만든 납품회사는 대량 정부 조달 납품에서 끝나지 않고, 새로운 수요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다는 점이 달랐다. 교육용처럼 대량으로 소비되는 컴퓨터에는 더 가볍고 ‘효율적인’ 아키텍처가 필요하겠다는 자극을 받은 것이다. BBC 마이크로를 개발킷 삼아 지금까지 없었던 새로운 모험을 시작한다. 안드로이드와 iOS를 움직이고 있는 ARM의 역사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ARM의 A는 원래 그 무모한 납품회사 에이콘(Acorn)의 머릿글자였다.

라즈베이 파이 재단이 소프트웨어 교육을 중흥하기 위한 비영리 재단인 것도, 라즈베이 파이 컴퓨터가 ARM에 근거해 만든 결과물인 것도 우연이 아니다.

우리가 부러워해야 할 것은 관주도 파트너십이나 무상배포가아니라, 그런 거대 프로젝트가 사회적 토양을 남기는 것, 또 그런 프로젝트가 이미 계획 중임에도 “라떼 한 잔 값”의 컴퓨터가 뜬금없이 자생적으로 생겨날 수 있는 다양성, 그리고 이를 격려하는 IT 강국다운 풍토와 문화일 것이다.

한국은 정부의 무수한 프로젝트가 아직도 계속되고 있고, 이런 눈먼 돈을 노리고 단발성 사업을 벌이는 업자도 여전히 많다. 그 프로젝트는 거의 대부분 사회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직접 여기서 연급할 수 없지만, 현재 정부주도의 이런 프로젝트를 말해보라면 당장 5개 이상은 말할 수 있다.)

관주도의 프로젝트가 미래를 바라보고 기획되어도 결국 단발성으로 그치게 되는 한계점은 분명히 있다. 그래서  프로젝트 자체보다 참여기업이 치고 빠지지 말고 이를 계기로 뭔가 더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이 더 중요하다. 이는 단순히 IT분야에 국한되지 않는다.

영국의 라즈베리파이로 이어지는 이런 풍토가 부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