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고가 이세돌을 이기면서 AI에 대한 두려움을 가진 사람이 나온다. 우리 일자리도 빼앗고 AI가 왜 그런 결론을 내렸는지 우린 알 수 없으니 어떻게 신뢰할 수 있냐는 등의 우려가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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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관련, 테드 창은 사고 실험을 해서 ‘인류 과학의 진화’라는 글을 남겼다. AI(메타인류)가 발달해서 인간의 지성을 뛰어넘는다면, 메타인류가 과학분야를 인간보다 저 멀리 앞서서 발견해 나가게 될 것이고 남겨진 인류는 그 결과물을 한 참 뒤에서 해석하게 되는 존재가 된다는 것이다.
메타인류 과학이 많은 이득을 가져다 준다는 사실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지만, 그것이 인류 연구자들에게 끼친 악영향 중 하나는 장래에 자신들이 과학에 대해 독창적인 공헌을 할 가능성은 이제 거의 없다는 사실을 그들이 깨달았다는 것이다. 연구자들 일부는 완전히 과학에서 손을 뗐지만, 뒤에 남은 사람들은 원래의 연구 분야에서 해석학 쪽으로 눈길을 돌렸다. 메타인류의 과학적 업적을 해석하는 학문 쪽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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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메타인류 과학의 성과에 위협을 느낄 필요는 없다. 메타인류의 존재를 가능케 한 여러 과학기술은 본래 인류에 의해 발명된 것이며, 그들은 우리보다 더 똑똑하지도 않았다는 사실을 우리는 언제나 명심해야 한다.
– 테드 창, 인류 과학의 진화(당신 인생의 이야기 중)
듀나는 더 나아 갔다.
만약 반혁명을 포기한다면 우리의 위치는 어떻게 될까? 우리 자신의 한계를 깨닫고 더 이상 능가할 수 없는 존재 밑에서 안존하며 새로운 존재 의미를 찾는 방법을 알게 될까?
이런 의문들로 편두통이 일어나기 시작하면 나는 호텔 전망탑으로 올라가 역사 선생이 그토록 사랑하는 도시의 모습을 내려다본다. 마치 버스비 버클리의 댄서들처럼(그래, 나는 이제 그가 누구인지 안다) 치밀하고 아릅답게 움직이는 거대한 기계들의 춤을 넋 놓은 채 보고 있노라면 나는 대충 해답을 알게 된다. 우리가 아무리 노력한다고 해도 저들이 이룩한 업적을 따라갈 수 없다는 것을. 저 아름다운 기계들이 존재하는 한, 우리가 존재 이유를 잃고 도시의 틈 사이로 사라진다고 해도 후회할 이유는 없다는 것을. 그리고 무엇보다 자식들의 앞길을 막는 부모보다 추한 것은 없다는 것을.
– 듀나, 기생 (태평양횡단특급중)
솔직히 말하면 내 심정도 이와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