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훨씬 더 실용적인 여러가지 펜이 나오지만, 만년필은 아직까지도 오랜 역사와 전통(=_=)으로 나름대로 글을 쓰는 사람을 끌어당기는 필기구입니다. 에디슨 워터맨이 잉크가 흐른 펜 때문에 계약을 망쳐서 발명했다는 이야기는 워낙 널리 알려진 것이니 그만두고, 여기서는 만년필을 구입하고자 할 때 염두에 두어야 하는 몇 가지 만년필의 특징에 대해 써 보겠습니다.
만년필의 원리는 생략하고, 이 부분에서는 만년필을 사용하고 싶다! 혹은 구입하고 싶다! 라고 생각했을 때 꼭 알아야 할 몇 가지를 언급하겠습니다.
1. 가격
만년필의 가격을 결정하는 요소는 브랜드, 몸체의 소재, 펜촉의 소재, 펜의 크기입니다. 브랜드의 경우, 대체로 모든 만년필은 최소한 몇 십 년의 역사가 있는 제조사가 생산하기 때문에 별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몸체의 소재는 합성 수지, 천연 수지, 아크릴, 플라스틱, 나무, 황동 등이 있습니다. 소재 자체에 따라서도 가격이 달라지지만, 락카 만년필의 경우에는 몇 번 칠했느냐에 따라서도 가격이 크게 차이납니다. 소재가 가격과 연결되는 이유는 본체의 소재가 펜의 내구성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만년필의 가격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것은 펜촉의 소재입니다. 어느 제조사든 만년필은 저가형-고가형 라인에서 펜촉의 소재가 똑같이 변합니다. 스테인레스 스틸 - 금도금 --- 14k금 - (14k에 백금 도금) - 18k - (18k에 백금 도금) 이렇게요. 드물게 12k나 22k 만년필도 볼 수 있습니다만, 일반적인 선택의 범위 안에는 없습니다. 금촉 만년필은 최저가라도 모든 제조사에서 10만원 이상입니다.(국내에서 구할 수 있는 최저가 제품은 오로라Aurora 입실론 디럭스로, 정가 12만원에 인터넷 핫트랙스에서 약간 할인하여 판매합니다.) 단, 몽블랑의 경우 모든 마이스터 스튁이 14k금촉을 사용하고, 스테인레스 펜촉의 제품은 없습니다. 펜의 크기는 클 수록 비싸집니다. 이 부분은 재료가 더 들어서라든가 하는 것과는 상관이 없는 듯 합니다. 예를 들어 펠리칸Pelikan의 만년필 m150과 m200은 모든 사양이 동일하고 펜의 크기만 0.6cm차이가 나는데 가격은 m200이 두 배 비쌉니다.
2. 펜의 굵기
만년필의 펜 굵기는 EF(XF: extra fine) - F(fine) - M(medium)으로 구분되어 있습니다. ef가 가장 가늘고(0.3mm정도) m이 가장 굵습니다.(0.7~0.9mm) 가장 많이 사용하는 펜의 굵기는 Fine으로, M은 서명용으로 주로 사용됩니다. ef촉은 지나치게 가늘어서 특히 한글을 쓸 때에는 잉크 흐름이 좋지 않아 긁히는 느낌을 주기 때문에 그다지 많이 사용하지 않고, 구입하고 싶어도 수요가 적어서 수입상황이 일정치 않습니다. 만년필의 펜촉 굵기는 제조사에 따라 차이가 큰데, 특히 유난스런 곳은 몽블랑으로, 몽블랑의 F촉은 여타 제조사의 M촉과 비슷한 굵기라고 합니다. 워터맨과 쉐퍼가 펜촉이 가는 편이고, 파커는 무난하지만 저가형에서 벡터와 프론티어 제품의 F촉이 아주 두껍습니다. 일단 만년필을 구입할때는 F촉의 제품을 산다고 계획하시고, 구입 전에 꼭 확인하셔야 합니다. 또한 펜 사이에도 조금씩 차이가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면 테스트를 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3. 잉크주입법
만년필에 잉크를 넣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 입니다. 카트리지를 사용하는 방법과 병잉크를 사용하는 방법입니다. 병잉크를 사용할 때에는 컨버터를 사용하는 경우와 만년필의 몸체에 잉크를 직접 주입하는 방법이 있는데, 컨버터를 사용하는 만년필은 카트리지 겸용이지만 몸체에 잉크를 주입하는 방법의 경우 카트리지를 사용할 수 없습니다. 카트리지와 컨버터 중 어느 편이 더 편한가는 사용자 나름입니다. 카트리지를 사용할 경우 깨질 위험이 있는 병잉크를 여행할 때 들고 다니지 않아도 되고, 쉽게 끼울 수 있으니 편하지요. 하지만 병잉크의 경우 다양한 색상의 잉크를 넣어 사용할 수 있고, 펜에 잉크를 직접 넣을 때의 로망(-_-)이 있지요. Jay는 병잉크를 사용한답니다. 만년필에 잉크를 넣을 때는 펜을 수직으로 들고 펜촉 부분이 잉크에 완전히 잠기게 하여 피스톤을 돌립니다. 잉크를 넣고 나서는 펜촉을 위로 하여 놓아둡니다. 만약 펜촉을 세척하고 나서 곧장 잉크를 넣으면 잉크 색이 물과 섞여 흐리게 나오기도 하는데, 이럴 때에는 잉크를 넣었다 뺐다를 몇 번 반복하거나, 펜촉을 아래로 하여 가볍게 뿌리듯이 흔들어 주면 됩니다.
4. 만년필 세척
만년필을 관리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 바로 만년필 세척입니다. 펜을 한동안 사용하지 않고 보관하려고 할 때, 다른 잉크를 넣기 전 같은 때에는 만년필을 깨끗이 씻어 놓아야 합니다. 만년필의 촉은 흐르는 찬물에 세척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촉의 등 부분을 흐르는 물에 대면 촉에 남아 있던 잉크가 씻겨내려가는 것이 보입니다. 촉의 아래쪽(등의 반대 부분)은 잉크가 원래 닿지 않는 구조이기 때문에 굳이 촉을 흔들거나 뒤집에서 씻지 않아도 됩니다. 그리고 피스톤을 돌려서 물을 몇 번 넣었다 뺐다 하면 남아 있는 잉크가 빠집니다. 만약 너무 오랫동안 잉크를 넣은 상태로 방치해 둔 펜이라면 미지근한 물에 펜촉을 몇 분간 담구어 놓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촉을 씻고 나서는 티슈나 고운 천으로 물기를 깨끗이 닦고-휴지는 사용하지 않는 편이 좋습니다. 촉에 기스가 날 수 있거든요.- 잉크를 넣거나, 당장 사용하려는 목적이 아니라면 뚜껑을 열어둔 채로 물기를 천천히 말리면 좋습니다. 물기를 많이 남겨놓고 뚜껑을 닫으면 펜 뚜껑 안에 습기가 차서 펜이 상하기도 합니다. 펜을 오랫동안 잘 사용하기 위해서는 만년필의 올바른 세척법에 익숙해져야 합니다. 또한 워터맨Watermen과 파커Parker의 국내 정식 수입업체인 (주)항소에서는 만년필 세척 서비스를 하고 있으니 자신이 없거나 잘 모르겠는 분들은 교보문고 등의 항소 지점에 가서 세척을 부탁해 보셔도 되겠습니다.(제가 가 본 적은 없습니다.; )
5. 만년필 결정
어떤 만년필을 구입할 지 결정할 때 고려해야 할 사항은 여러가지가 있겠지요. 여기서는 목적,가격,재질, 브랜드에 대해서 이야기를 풀어 보겠습니다. 우선 만년필을 사기로 마음먹은 데에는 목적이 있겠지요? 선물하기 위해, 평생 쓸 내 필기구가 갖고 싶어서, 어쩐지 폼나니까 등등. 펜을 둘러보기 전에는 우선 목적을 분명히 하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만년필에 대해 잘 모르는 상황에서 '갖고싶어!'하고 시작했을 때에는, 정확하지 않은 정보나 광고에 의존하여 제품을 결정할 위험도 있습니다. 대체로 만년필은 각 브랜드에서 저가형부터 고가형까지 분명한 제품군이 형성되어 있습니다. 저가형 제품으로 널리 알려진 것은 파커Parker의 조터, 벡터, 펠리칸Peklican의 퓨처, 워터맨Waterman 필레아 등입니다. 이들 제품은 5만원 이하의 스테인레스 펜촉 제품들로, 실용적으로 편하게 사용하기 좋습니다. 개인적인 의견을 첨언하자면, 오랫동안 쓸 생각으로 마음먹고 만년필을 구입하신다면 금 펜촉의 제품군을 추천합니다. 금펜촉 중 상대적으로 저렴한 제품으로는 위에서 언급한 오로라 입실론 디럭스, 쉐퍼 벨런스 1, 워터맨 찰스톤 등이 있습니다. 금도금이나 스텐 펜촉과 느낌도 제법 다르고-부드럽게 종이에 눌리는 느낌이 좋습니다-, 아주 저가형을 사고 나면 자꾸 더 위의 제품이 욕심나기도 하거든요. 만년필은 브랜드에 따라 가격도 차이가 나지만 펜의 느낌도 다릅니다. 예를 들어 오로라Aurora는 경질의 펜촉으로 널리 알려져 있고, 크로스Cross의 만년필들은 길이가 긴 편이며, 쉐퍼Sheaffer의 펜촉은 상대적으로 가늘고, 워터맨Waterman의 펜은 황동 배럴로 만들어서 무거운 것들이 많습니다. 그리고 펜의 무게와 생김새 역시 주의해서 살펴야 할 부분입니다. 손에 잘 맞지 않아서 불편하면 아무리 좋은 펜도 별 소용이 없어지니까요. 대강의 후보 제품이 정해지고 나면 후기와 QnA게시판을 잘 살펴보아 앞서 사용하신 분들의 평을 읽어보시면 좋겠네요. 여러가지 만년필을 살펴보려면, 워터맨과 파커의 제품은 (주)항소 홈페이지(http://hangso.co.kr) 에 소개되어 있고, 오로라 만년필은 핫트랙스(http://hottracks.co.kr) 에, 그리고 여타 제품들은 여러 쇼핑몰 사이트에서 이름과 제원에 대한 정보를 제공합니다.
6. 만년필 구입
자, 그럼 이제 만년필을 사러 나가봅시다. 그런데 어디로 가야 할까요? 만년필은 온라인 쇼핑몰과 오프라인 쇼핑몰중 어디에 가서 살 지를 우선 골라야 한답니다. 온라인 샵에서 사는 경우 대부분의 펜을 정가에서 할인된 가격으로 살 수 있습니다. 대신에 직접 펜을 쥐어보고 고를 수는 없지요. 오프라인 매장의 경우 반대로 가격은 정가이지만 이런 저런 펜을 보고 고를 수 있습니다. 오프라인 매장에서 보고 고른 다음에 온라인에서 주문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서울에는 교보문고에 몽블랑/파커, 워터맨, 오로라 매장이, 영풍문고에 몽블랑, 파커, 워터맨, 펠리칸 매장이 함께 있고 여타 여러 백화점에도 브랜드별로 매장이 산재해 있답니다. 또는 남대문 상가 쪽에 가면 저렴한 가격에 펜을 구할 수 있다고 들었습니다만 저는 가 보지 못했습니다. 온라인 쇼핑몰 중 가장 저렴한 곳은 '아마도' 문구닷컴입니다. 평가는 조금씩 엇갈리더군요.(제 경험상에는 큰 문제가 없었으나.....) 그 외에 교보문고 핫트랙스에서도 종종 할인 이벤트를 하고, 펜샵, 여러 쇼핑몰 등에도 만년필 코너가 있습니다. 구입하고자 하는 펜을 정하셨다면 인터넷 검색을 통해 가격과 할부, 배송 등의 조건을 비교해 보시면 도움이 될 겁니다. 여러 제품 중에 저울질하고 있거나 어떤 제품을 구입할지 모르겠다면 오프라인 매장을 한번쯤 가 보시면 좋겠군요. 꼭 사지 않더라도 여러모로 좋은 경험이 된답니다.(물론......충동구매의 위험도...-ㅅ-; )
7. 만년필 케이스
좋은 펜을 사고 나면 펜을 어떻게 해야 안전하게 가지고 다닐지도 걱정하게 됩니다. 물론 그냥 주머니나 필통에 넣어 다녀도 별 문제는 없지만, 이렇게 고민해서 고른 고가의 펜을 기스와 충돌의 위험에 노출시키기란 내키지 않는 것이 사실이죠. 오로라, 몽블랑, 크로스 등 가죽 제품을 함께 생산하는 회사에서는 다양한 펜케이스 제품을 출시하고 있습니다. 2~3만원대의 저가 제품도 시중에서 구할 수 있다지만, 가죽 제품이라도 다듬질이 잘 되어 있지 않으면 거친 가죽에 펜이 상할 수 있으니 주의를 요합니다. 펜케이스는 5만원~20만원까지 다양하며, 보통 한 자루에서 세 자루까지 들어갑니다.(들어가는 펜의 개수에 따라 1구, 2구, 3구라고 합니다.) 케이스가 칸막이형인지, 펜 몸체 전체의 선을 따라 나누어져 있는지를 살펴보세요. 대체로 별 문제가 없지만, 일전에 저는 크로스 펜 케이스를 샀는데, 가는 크로스 펜을 기준으로 하여 제작된 것이라 펠리칸 m200이 들어가지 않아 낭패를 본 적이 있답니다. 펜케이스는 만년필 판매처에서 알아볼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만년필 제조사는 역시 몽블랑 Mont Blanc입니다. '만년필=고가품=사치품=높은 분들이 사인할 때 쓰는 물건' 이라는 비틀린 선입관을 만들어낸 장본인이기도 하죠. 물론 몽블랑은 최고 수준의 만년필을 생산해내는 훌륭하고 전통있는 업체이지만, 사실 몽블랑이 지금의 자리에 오른 데에는 고급 소비자를 노린 마케팅의 역할이 컸습니다. 몽블랑 제품의 특징은 뚜껑 윗부분에 새겨진 하얀색 육각 별로, 만년설을 상징합니다. 또한 몽블랑의 펜촉에는 두께 대신에 몽블랑 산의 해발고도인 4810이라는 숫자가 새겨져 있습니다. 몽블링에서 생산하는 만년필에는 여러 종류가 있지만, 그 중 가장 널리 알려져 있는 것은 마이스터 스튁 meister stueck시리즈입니다.(ue는 원래 독일어의 움라우트 u입니다.) 마이스터 스튁 시리즈는 144, 145, 146, 147, 149 하는 식으로 번호에 따라 구분되며, 펜의 크기와 잉크 주입 방법이 조금씩 다릅니다. 펜에는 이 제품명이 표시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사전 지식이 없이 겉모습만 대강 보아서는 마이스터 스튁 중 어느 제품인지 잘 알 수 없습니다. 144가 가장 작고, 149가 가장 큽니다. 114라고, 카트리지만 사용할 수 있는 아주 소형도 아마 있을 겁니다.(기억이 애매) 대체로 사용하기 가장 편한 크기는 146입니다. 가장 큰 149는 독일 통일 조약 서명 때 사용한 펜으로 유명하지요. 가격 역시 크기에 따라 올라갑니다. 모든 마이스터 스튁은 검은색과 자주색 수지이고, 14k금에 백금을 덧입힌 수공 펜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