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이후 월드컵에 나타나는 내셔널리즘에 대한 반감으로 순수하게 월드컵을 즐길 수 없게 되었다. 그리고 국가대표 경기를 안보면 이상한 사람 취급하는 분위기도 싫었다.
그래서 집에 TV도 없고 볼 생각을 하지 않았다. 대신 Gord Sellar가 만든 맥주가 남아있어서 통닭이나 시켜 먹을 생각이었다. 7시경부터 치킨집에 전화를 했지만 계속 통화중이었다. 트위터 등을 보니 겨우 통화에 성공해도 2시간 기다리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실제 하는 것은 싫어하지만, 사실 기본적으로 축구는 좋아했다. 실시간으로 바뀌는 상황에서 각자가 판단을 내리고 어떻게 조직을 활용하는가 하는 부분은 끊임없이 환경이 변화는 현대 사회의 비즈니스와 비슷한 것같다. 주어진 자신의 포지션과 순서만 소화하면 되는 어쩌면 산업화 초기 시절의 비즈니스 환경같은 야구가 줄 수 없는 느낌. 이래서 야구보단 축구를 더 좋아했다.
아파트가 흔들려서 첫 골이 들어간 것을 알았다. 누가 넣었는지 확인하려고 인터넷을 보다가 결국 네이버 실시간 중계를 보게 되었다. 축구를 좋아했던 시절 흥분하면서 보던 느낌이 사라졌다. 운동장의 공간과 선수의 움직임이 스타크레프트 경기 보듯 팀의 전술과 개개인의 상대방과의 승부 등에 대해 분석적으로 보게되어 다른 재미가 느껴졌다. 국가대표 경기가 아닌 축구를 즐기는 느낌이랄까?
네이버 실시간 중계는 약간 시간차가 있는 듯 했다. 두번째 박지성의 골을 넣는 장면이 나오기 전에 아파트가 먼저 요동쳤으니까. 어쩌면 내가 침착하고 분석적으로 경기를 볼 수 있었던 것은 이런 경기 내용을 몇 초 앞서 스포일러 당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경기가 끝나면 괜찮을 줄 알았던 치킨집은 여전히 통화중이었다. 이것저것 정리하고 혹시나 싶어서 마지막으로 전화를 했더니 접속 성공하여 치킨을 주문했다. 확인해보니 총 통화시도 횟수는 79회.
커피맥주와 함께하는 치킨. 맛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