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따기에 얽힌 기억

이 포스팅을 올리고 나서 생각난 기억.

고추를 따는 작업이 굉장히 힘들다는 사실은 대학생때 교회 대학부에서 농촌 봉사를 갔을 때 알게 되었다.

사실, 남학생들은 주로 뭔가 몸을 많이 쓰는 일을 했었고, 여성이 주방일이나 간단한 밭 일을 하는 걸로 역할이 분담되었는데, 그중 한 여성 친구가 고추 따는 일을 맡게 되었다. 그러다 저녁 먹을 때 즘에 그 작업이 엄청나게 힘들었다며 얘기해서 알게 되었던 것이다.

그녀는 이 경험이 정말 강렬했었는지 돌아와서 교회 대학부 주보에 카툰을 연재했었는데 그 때 경험을 만화로 그려서 실었었다.

그후 아마 지금은 없어진 시네하우스에서 펄프픽션을 혼자 보러 간 적이 있었다. 나는 보고 나가는 길이었는데 그녀도 혼자 보러 오면서 마주쳤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그 후 그녀와는 연락이 끊겼고 시간은 흘렀고 어느날 신문기사를 보다 충격을 받았다.

지금도 이 기사를 봤을 때의 충격이 생생히 생각난다.

어느 일러스트레이터의 죽음

“그 자리에서 정리가 되더라고요. 제가 느꼈던 언니의 모습이, 그 자리에서 오신 분들의 이야기와 같더라고요. 다 각각의 관계였는데도요. 공통점이 정말 따뜻한 사람이고, 강한 줄 알았는데 여린 사람이었다는 것. 그리고 관계를 소중히 여기는 사람이라는 거예요. 학원 다닐 때 원장선생님에게서 선물받은 피로회복제를 다 못 먹는다고, 그걸 꼭 나누려 했고, 선물하는 것을 굉장히 좋아했어요. 그냥 지나가다 사는 게 아니라 상대가 뭘 좋아하는지 생각한 선물이었어요. 받았을 때 정말 날 생각했구나 느낄 수 있게요. 지인이 선물받는 걸 보고 기뻐하는 사람이었어요. 사람들 감정의 결을 잘 읽어요. 예를 들어 남친과 헤어지면 갑자기 집에 찾아와서 꽃을 주고 가고, 힘들 때는 밥 해주고 기운 내게 하고 그런 순간들이 굉장히 많았어요.”

김씨는 고민 끝에 인터뷰에 응했다. 난나의 뜻이 무엇일지, 그가 혹시 불쌍하게 또는 동정적인 시선을 받지 않을까 염려했다. 그러함에도 열정적으로 자신의 그림을 그려온 난나의 삶과 죽음을 누군가 기억하고 추모해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말했다. “언니는 불꽃 같은 아티스트가 아닌 장인이 되고 싶다는 말을 했어요. 매일매일 수련하며 더 잘 그리고 싶어했어요.” 난나는 국내에서 개인 전시회를 연 적이 없다. 뒤늦게나마 지인들과 난나의 그림 전시회를 열어주고 싶다고 했다.

벌써 4년이 지났다.

장하경 자매님의 명복을 빕니다.


“은곰상 트로피를 팝니다. 자식들이 사흘 동안 굶었습니다”

‘궁핍한 난민으로서의 삶’의 속살을 전 세계인 앞에서 가감 없이 보여줬던 나지프는 가난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우리는 ‘트로피와 돈을 맞바꾼 예술인’ 앞에서 익숙한 기억을 떠올린다. 지난해 한국대중음악상 시상식에서 최우수 포크 노래상을 수상한 가수 이랑이다. 그는 무대에 올라 상을 받자마자 객석을 상대로 트로피 경매를 부쳤다.

잊지 말아야 사람은 한 명 더 있다. 2011년 생활고로 사망한 시나리오 작가 최고은씨다. 그는 ‘며칠째 아무것도 먹지 못했으니 남는 밥이랑 김치가 있다면 저희 집 문 좀 두드려 달라’는 쪽지를 이웃집 대문에 남긴 채 죽었다. 갑상선 기능 항진증과 췌장염을 앓으면서, 며칠째 굶은 상태였다.

기억 해야 할, 명복을 빌어야 할 예술인의 죽음이 계속된다.

고추를 딸 것이다. 반드시

https://twitter.com/dromd/status/1189475045405413378?s=12

사람이 하는 일이 비싸면 로봇이 들어온다. 사람이 하는 일이 싸면 그냥 사람이 계속 한다.

영국은 인구가 줄어서 사람 값이 비싸지니까 증기기관이 나왔다. 동아시아는 쌀이 주식이 되면서 인구가 증가하자 사람값이 싸졌다.

심지어 가축을 안 쓰고 그냥 사람을 쓰기에 이른다.

로봇이나 AI가 발전하면, 양질의 중산층 일자리가 위험하고 엄청나게 많이 받는 굉장히 어려운 일과 엄청나게 싼 임금을 받는 일만 남게 될 거란 우울한 전망을 하게 되는 것도 바로 이때문이다.

농업에서 가축을 쓰다 사람을 썼지만, 현대에서는 역시 동아시아도 사람이 귀해져서 기계화로 넘어가고 있다.

농업에서 기계화의 끝판왕 하면 역시 미국인데, 미국에서도 기계화가 어려운 부분이 있다. 그것은 바로 고추.

대학생때 농촌 봉사를 간 적이 있었는데, 고추를 따는 일이 굉장히 힘들다는 것을 그때 알게 되었다. 어중간한 크기로 자라기 때문에 엉거주춤한 자세를 계속 유지하면서 따야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고추도 별 차이가 없다.

고추부심이 강한 뉴멕시코는 그래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고추 수요는 충분한데, 일할 사람을 구하기가 힘든 것이다. 이민자가 많은 부분을 차지했었는데, 농업에 종사하는 이민자는 갈수록 줄고 있다.

99% invisible 에서 이 이야기를 다뤘다.

일하러 왔다가 오후에 포기하고 가버리는 사람도 있을 정도라 고추농업 자체가 위기인 것이다.

“We hire people every year, citizens here that need a job, and, ‘Oh, I can do that’. They quit by noon. It’s too hard. It’s not the money. They don’t want to stoop over and pick chili, or hoe weeds. They won’t do it. I mean, I’m not going to do it. Are you?”

기계화가 그럼 답일텐데, 고추는 덤불 안에 자라고 줄기에 강하게 붙어 있기 때문에 기계가 비집고 들어가서 따는 것은 굉장히 어려워서 여러 시도가 있지만 아직까지 성공하지 못하고 있다.

The successful crop automations of the past might make you think that the chili pepper is an outlier, a stubborn holdout against two centuries of agricultural and technological progress, but in fact, chili is just one of many crops that machines still can’t harvest as well as humans, if at all.

여기서 사람들은 포기를 하지 않는다.

“기계를 개발하는 것이 어렵다면, 기계가 작업하기 좋게 작물을 개량하면 되잖아?”

This means if you want to automate a harvest, you can’t just find a great machine. You have to make your plants more standardized, like cars. So for the past five years, most of Stephanie’s work has been about breeding a whole new plant, one that is designed specifically to be picked by a machine.

곧 결실을 맺는다고 한다.

농업도 결국 비싸지는 일은 로봇이 하고, 싼 일은 인간이 하게 되는 미래가 기다리고 있다.